2년 내 되사는 '바이백' 조건 제시

현대차 러시아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러시아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러시아공장 준공 13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매각대금이 불과 1만루불(한화 약 14만원)에 불과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9일 현대차그룹은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 공장(HMMR) 지분 매각 안건에 승인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지 1년9개월만이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현지 업체인 아트 파이낸스(Art-Finance)와 공장지분 매각 관련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1만루블에 팔며 매각 후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업계에선 해석한다.

파격적(?)인 매각 금액 책정은 타사의 선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닛산과 프랑스 르노 등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며 1~2유로에 현지 자산을 러시아 정부나 현지 기업 등에 넘긴 바 있다. 이들 역시 '바이백' 조항을 기반으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바이백 옵션 기간 내에 공장을 다시 인수하지 못하면 헐값에 공장을 넘겨주는 상황"이라며 "현대차뿐만 아니라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도 결국 재진출에 무게를 두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쏠라리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쏠라리스. 사진=현대차 제공

한편,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2010년 준공된 곳으로, 현대차그룹의 6번째 해외 생산 거점이다. 이 곳에서는 소형차 쏠라리스(액센트)와 소형 SUV 크레타, 기아 리오(프라이드) 등을 생산했다. 

현대차는 2020년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인수해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생산대수는 지난 2021년 기준 23만4000대로, GM에서 인수한 공장까지 더하면 러시아 내 생산능력은 연간 33만대에 달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러시아 점유율 1위(기아와 합산)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판매도 급감했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시장에 판매한 완성차는 1만1145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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