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남양유업 경영권을 둘러싼 홍원식 회장 일가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법정 공방이 약 3년 만에 한앤코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유업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향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이 활성화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5일 유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한앤코가 홍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 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후 남양유업 내부는 물론 유업계도 분위기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종결로 남양유업 구성원 모두는 회사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각자 본연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창업주의 장남 홍원식 회장은 1990년 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을 시작한 이래 남양유업을 매출 1조원 기업으로 키웠지만 잇달아 ‘오너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실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연간 매출은 1조원을 상회하다 2020년부터 9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넘게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앤코는 앞으로 남양유업의 적자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 다음으로 줄곧 2위를 지킨 저력과 ‘남양분유’, ‘맛있는 우유 GT’, ‘불가리스’, ‘프렌치카페’ 등 히트작을 등에 업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신사업에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2022년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을 론칭하며 관련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매일유업이 2018년 ‘셀렉스’를, 일동후디스가 2020년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를 출시하며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양유업이 업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자사가 보유한 제품력, 브랜드로 신성장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앤코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조속히 주식매매계약이 이행돼 남양유업의 임직원들과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당장의 흐름이나 예측은 어렵지만 남양유업이 오너 리스크를 해소함으로써 시장이 좀 더 활성화 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다 보니 시름은 많이 덜지 않았을까 싶다”며 “업계 동반자로서 불미스러운 일이 많아 안타까웠는데 앞으로는 동반성장하면서 좋은 쪽으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남양유업이 재정비 후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마케팅 전개나 신제품을 출시하면 다른 곳들도 맞춰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업계 분위기가 좀 살아나지 않겠나”는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금 당장의 영향이 어떻게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업황이 힘든 만큼 신시장 개척이 중요한데, 당장은 모르겠지만 남양유업이 절치부심함으로써 관련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 회장은 2021년 5월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막는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을 빚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또한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한앤코와 회사 지분을 넘기기로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4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한앤코가 ‘백미당 매각 제외’, ‘오너 일가 처우 보장’ 등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홍 회장 일가뿐 아니라 한앤코까지 쌍방대리한 것을 두고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계약 무효를 주장했다.

한앤코는 계약대로 주식을 넘기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계약의 효력이 인정된다며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는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 넘김으로써 창업 이후 60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