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환경 부진하자 대표 전격 교체
'보험 영업' 전문가 선임하며 강화 노려
요양사업 등 새 먹거리에도 본격 진출

사진=삼성생명.
사진=삼성생명.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한화생명·교보생명의 추격에 '업계 1위' 타이틀을 위협받고 있는 삼성생명이 변화를 단행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영업통(通)'으로 교체했고 전문보험대리점(GA)에 대한 인수, 투자, 제휴를 진행하며 영업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삼성생명 내부는 물론 업계에서도 침체된 업황을 삼성생명이 끌어올려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미 대규모 영업 조직을 갖춘 한화생명의 영업력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삼성생명은 영업 강화와 함께 새 먹거리 발굴에도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전임인 전영묵 사장은 임기를 2년 넘게 남겨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영업과 실적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삼성생명이 명가 재건을 위해 '영업통'으로 꼽히는 홍 사장을 선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사장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마치고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특화영업본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 등을 거쳤다. 삼성화재에서는 자동차보험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삼성화재 CEO 부임 후에는 안정적 사업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선임 발표 당시 "홍 사장이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고객 신뢰 구축과 사회와의 상생도 주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 한화생명에 밀리자 변화로 혁신

삼성생명을 3년 넘게 이끌던 전 대표가 갑작스럽게 퇴임한 이유에 대해 업계에선 삼성그룹에서 그간 부진했던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업 불황과 맞물려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화생명에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삼성생명은 영업실적 부문에서 한화생명에 밀려 2위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이 자회사 GA를 대형화하고 이에 맞춰 상품 보장 범위도 넓혀 순위를 바꾸자 삼성생명도 보수적인 영업 기조를 깨고 사업비를 대거 지출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했다.

잠시나마 순위가 뒤바뀌자 영업에 대한 위기를 느낀 삼성생명은 대표이사 교체를 통한 혁신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영업통'인 홍 사장을 선임한 삼성생명은 홍 사장이 삼성화재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홍 사장도 이러한 자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신년사'로 답했다. 홍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을 △경영 효율화 △사업 확장 △자산운용 강화 △디지털 전환 등으로 설명하며 변화를 시사했다.

삼성생명 역시 영업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지난해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삼성생명은 GA 인수 검토를 공식화했고 GA 판매 채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삼성생명이 올해 GA에 사업비를 대거 투입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삼성생명과의 격차가 좁혀졌다"며 "'양강체제'가 된 만큼 삼성생명도 투자와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새 먹거리 발굴도 숙제

업계에선 홍 사장이 영업력 강화는 물론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많은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경쟁 보험사들도 뛰어들고 있는 요양사업과 자산운용 부분 투자를 통해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더해 핵가족화와 1인 가구도 증가하며 요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생명은 기획실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시니어리빙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의 요양사업 진출이 다른 경쟁 생명보험회사보다 다소 늦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화를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홍 사장은 자산운용 부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재를 적극 영입함과 동시에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에는 영국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세빌스 IM 지분을 25% 취득했던 삼성생명은 지난해 4월 프랑스 인프라 투자전문 운용사인 메리디암의 지분 20%를 취득해 2대 주주에 오르는 등 해외 대체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 미래 성장의 핵심은 자산운용이며 자회사뿐 아니라 금융 관계사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운용사 지분 투자의 질과 양, 속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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