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 5조 이상 불어난 35조원
물가 상승에 서민들 보험 해지 늘어
수익성·손해율 악화에 대책 마련 시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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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보험 계약을 포기하는 고객이 급증하고 있다. 최소 몇만원에서 최대 몇십만원까지 육박하는 보험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해약환급금'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는 고금리·고물가·경기침체라는 복합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해약환급금 급증세 역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해약환급금 증가세가 수익성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계약을 유지하는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22개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규모는 35조66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0조6531억원)보다 약 5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보험사 별로 보면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7조738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4조336억원), 교보생명(3조9229억원), NH농협생명(3조6943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통상 보유계약이 많을수록 해약환급금 규모도 크다.

보험사의 해약환급금은 보험계약자가 만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돈을 말한다. 통상 이 금액은 납입 보험료보다 적다는 특징이 있다. 보험을 중간에 해지하면 대부분 원금도 못 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 상실이 발생할 경우 납입보험료 중 일부를 되돌려주는 금액인 효력상실환급금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생보사들의 효력상실환급금은 1조9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52억원에서 31.0% 증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은 매달 늘고 있는 추세다"라며 "손해를 보면서도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 건 아무래도 당장 보험금을 내기 어려운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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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고물가 기조에 보험 해지 급증

해약환급금이나 효력상실환급금이 늘어나는 건 고금리·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상황에 몰린 서민들이 보험을 해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3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생명보험협회의 생명보험 성향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은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서(32.8%)' '목돈이 필요해서(28.9%)' 등의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의 설문조사에서도 '경제적 어려움(20%)'이 계약 해지 사유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규모도 커졌다. 약관대출은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최대 95% 내에서 대출금을 내주는 서비스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약관대출은 58조 30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조 3987억원보다 23.0% 늘었다.

업계는 이러한 물가 상승률로 인해 해약환급금 급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월 발표한 '보험계약 유지율 실태와 시사점'에서 "보험 가입자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료 납입 여력이 줄어들어 보험 해지 가능성이 커진다"며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 납입 유예 등 다양한 제도 활용 권고

해약환급금이나 효력상실환급금 규모가 늘어나자 보험사들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계약 해지가 급증하면 보험사들이 보험 계약자에게 내줘야 하는 돈도 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고 손해율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보험사들이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등 유동성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개인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 모두 경제불황기에 유지율이 하락했고 내년에도 보험 해약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계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계약 해지를 줄이기 위해 △보험계약(약관)대출 △중도 대출 △보험료 납입 일시 중지(유예) △보험료 자동대출 납입 △보험료 감액 △보험료 감액완납 △연장 정기제도(종신보험 해당) 등 계약을 유지하는 다양한 제도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해지한 보험은 다시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며 "상조 등 타 업권과의 연계를 통해 보험 자체의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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