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만 생각하니 문제...신재생설비 보조기기 활용 가능
ESS 사용하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 수용 가능...AI도 접목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정부는 지난 15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할 때 전력수급 방안으로 원전과 LNG발전 등 '전력원'만을 이야기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신재생에너지설비나 보조기기를 언급하지 않다보니 반쪽짜리 전력수급계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받아 발전량이 불규칙하다. 따라서 태양광, 풍력을 전력계통에 바로 연결해 사용하지 않는다. 가정집 지붕 위 태양광발전기에도 배터리를 내장한 인버터를 설치해 사용한다. 대형 재생에너지발전소도 마찬가지다. 소형이든 대형이든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일단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사용한다.
한국전력은 2014년부터 배터리형 ESS를 꾸준히 연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배터리형 ESS가 △주파수조정 △피크타임 저감 △신재생전력 평탄화에 유용하다는 점을 실증했다.
한국의 전력계통에 흐르는 전력의 주파수는 60Hz다. 이보다 높거나 낮으면 충전할 때 전기제품이 망가지거나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력의 주파수를 60Hz에 맞춰 전력계통에 내보내는데 ESS가 필수적이다.
여름철 한낮엔 냉방수요 때문에, 겨울철 밤시간 때엔 난방수요 때문에 전기사용이 폭증한다. 이때도 ESS가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전은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을 때 전력계통에 방전한다. 공장은 전기요금이 값싼 시간대에 전기를 ESS에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대에 사용하며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이때 남는 전기 때문에 송변전설비가 망가지지 않아서 한전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ESS는 재생에너지에도 특효다. 재생에너지가 불규칙하게 생산한 전력을 한데 모았다가 전력계통에 송전한다. 일종의 전력 저수지인 셈이다. 전력을 모았다가 한번에 송전하는만큼 한전은 불규칙한 전력공급 때문에 전력계통이 교란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는 ESS의 이러한 장점을 십분활용해 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을 허용할 예정이다.
태양광, 풍력, ESS, 전력계통을 한데 묶어 계통연계형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하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동시에 활용하면 필요한 전력의 대부분을 수급할 수 있다. 낮엔 태양광이 발전하고 밤엔 해상풍력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전력을 수요보다 넘치게 생산하면 전력시장에 송전해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계통에서 블랙아웃이 일어나도 이와 무관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성해 유사시에 대비하는 게 좋다.
올해 산업부는 재생에너지와 ESS, 비상발전기, 전기차충전기를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사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의 이름은 ‘AI 기반 분산·예비전력 안전관리 통합 플랫폼 개발 및 실증’이다. 산업부는 이 사업에서 AI 빅데이터와 연동된 안전관리 통합 플랫폼(예산 140억 원)과 비상시에 대응하기 위한 원격제어기술(예산 60억 원)을 개발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AI가 보다 효과적으로 재생에너지와 ESS를 운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근거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재생에너지를 주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전원을 소개할 때 재생에너지를 제외했다. 심지어 원자력계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고품질의 전력을 요구하는 반도체 공장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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