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KT·서울대와 함께 산단 에너지효율화 사업 업무협약
이완근 회장, 2017년 용인사업장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해외 기업들의 RE100 요구에 주목받아...스마트 산단 등으로 부활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6년 전 이완근 신성이엔지 회장이 조성한 태양광-ESS 융복합설비가 재조명받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국내 협력사에 RE100을 요구하며 재생에너지 사용을 독려하기 때문이다.
신성이엔지와 서부발전, 한국통신, 서울대 미래혁신연구원, 대연씨앤아이, 호원건설 등 6개 기관은 5일 ‘산업단지 에너지효율화 사업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만들어지는 에너지설비의 개념은 단순하다. 태양광과 소형 풍력발전설비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했다가 공장 가동에 사용하거나 전기차 충전에 쓴다. 일조량과 풍량이 많아 발전이 과할 땐 수소로 변화해 저장했다가 수소차 충전 등에 사용한다.
이 설비의 모태는 신성이엔지 이완근 회장이 2017년 용인사업장에 설치한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이하 용인 융복합설비)다. 이 설비는 태양광, ESS, 전기차 충전기로 구성됐는데, 생산 전력의 일부를 용인 사업장 공장가동에 사용해 용인사업장 전기요금 절감에 기여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을 수급할 때 전력계통의 도움을 받지 않거나(독립형) 일부만 도움(계통연계형)받는 모델이다.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분산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생산하기 때문에 전력계통에서 블랙아웃이 일어날 때 쓸모있는 전력설비다.
한국에서 마이크로그리드는 2010년 전후 한전 주도로 등장했는데 산업용은 용인 융복합설비가 처음이다. 당시 글로벌 전력회사 ABB가 산업용 마이크로그리드를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영업했는데, 신성이엔지가 이미 가동하고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용인 융복합설비는 신성이엔지뿐만 아니라 한국 산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선 신성이엔지는 용인 융복합설비를 바탕으로 2019년 10월 한국형 RE100 사업을 최초로 기안했다. 이후 ESS 유통에도 직접 뛰어들었으며 결정질 실리콘 중심의 태양광 모듈 라인업을 건물일체형태양광모듈(BIPV) 등으로 확대했다.
에너지 산업 전체적으로는 용인 융복합설비는 EU의 환경규제와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방향타가 됐다. 신성이엔지의 노력은 지난달 29일 산업부가 창원에 조성한 ‘스마트 산단’으로 다시금 빛을 봤고, 이번엔 신성이엔지가 직접 참여하는 서부발전 컨소시엄 구성에 이르렀다.
창원 스마트 산단과 마찬가지로 용인 융복합설비는 생산 전력의 일부를 한전에 매각하고 나머지는 용인 사업장의 반도체 부품 생산에 사용한다.
용인 융복합설비엔 두 개의 태양광발전시설이 있는데, 한전 판매용으로 350kW급, 공장운영용으로 280kW급이 설치됐다. 각각의 태양광설비엔 500kWh의 ESS를 연결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설계했다.
용인 융복합설비가 들어서기 전 용인사업장은 전력계통에서 전기를 사왔는데, 융복합설비가 들어선 후엔 필요 전기의 16%를 스스로 충당했다. 날씨가 좋으면 태양광발전설비를 통해 스스로 충당하는 전력 비중이 최대 27%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신성이엔지 용인사업장은 전력계통에서 전력을 모두 구입할 때 지출한 전기요금이 매년 1억8401만 원이나 됐지만, 융복합설비가 들어선 이후 전기요금은 연 2532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신성이엔지가 참여하는 서부발전 컨소시엄의 경우 태양광발전과 함께 풍력도 사용하기 때문에 전력 자립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만약 해상풍력을 사용하면 낮엔 태양광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밤엔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해 사업장 입장에서 24시간 전력을 스스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신성이엔지 이완근 회장은 "경제성과 상관없이 스마트팩토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용인사업장에 태양광-ESS 융복합설비를 마련했다"며 "한 기업인의 노력을 잊지 않고 되살려 준 산업계에 감사드리며 RE100 시대에 이 설비가 유용히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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