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공장서 HBM3에서 HBM3E로 전환
청주공장은 HBM3 양산 준비
HBM4 세부 스펙 상반기 확정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 제품 'HBM3E'를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생산한다. HBM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는 충북 청주 공장에선 기존 제품인 HBM3를 양산할 계획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HBM3에서 HBM3E로의 전환은 이천 공장에서 이뤄진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로부터 HBM3E와 관련해 품질 승인을 받고 있는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HBM3E 공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기존 낸드플래시 생산시설로 활용했던 청주 M15 공장에서 연내 HBM3E를 양산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장비 셋업이 마무리되고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기존 제품인 HBM3가 만들어진다. M15에선 빠르면 올해 상반기 내 HBM3 양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청주 M15에선 당분간 HBM3만 양산한다는 계획"이라며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램프업(장비 설치 후 대량 양산까지 생산 확대)될 상황을 고려하면 연말은 돼야 SK하이닉스의 전체 HBM 생산능력(캐파)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HBM3E 공급을 본격화하더라도 전 세대 제품인 HBM3 수요는 견조할 전망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3E는 올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등에 한정적으로 쓰이게 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처리 성능을 높인 메모리반도체다. 주로 엔비디아와 AMD 등이 만드는 인공지능(AI) 연산용 GPU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차세대 HBM은 이천 공장을 중심으로 양산하고, 양산 경험이 쌓인 제품은 청주에서 만들 계획이다. 차세대 제품을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 공장에서 양산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완공이 목표인 청주의 M15X도 공장 가동 후 차세대 HBM을 곧장 양산하기는 어렵다. 구형 제품을 우선 양산한 뒤 서서히 전환에 나서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중 M15X에서 HBM을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I용 고성능 메모리반도체와 관련해 SK하이닉스가 큰 수혜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약 60%로 추정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HBM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최소 40%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돌리기 위해 차세대 HBM 출시 속도전에 나선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HBM4 세부 스펙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HBM4의 데이터 전송 통로인 I/O(입·출구) 수는 2048개로 전 세대 대비 2배 늘어난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져 일상에서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활용이 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6년 HBM4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세대 제품인 HBM4E는 2027~2028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HBM4에서 HBM4E로 가는 데 1년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 2년 정도 걸리던 세대 전환이 고객사와 시장의 요구로 인해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