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혼용 예상
낸드플래시도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검토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공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공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강지호 SK하이닉스 부사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적용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게임 체인저'라고 표현했다.

강 부사장은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의 포럼에 연사로 나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HBM에 사용하면 열 특성이 좋아지고 대역폭(밴드위스)이 향상된다"며 "전력 효율도 좋아지는 이점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기판의 연결 통로인 범프(가교)를 없애고 구리(Cu)로 직접 연결하는 차세대 본딩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입·출력(I·O)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I·O가 늘어나면 그만큼 데이터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SK하이닉스는 D램을 16단 적층한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칩 간 결합을 위해 매스리플로우 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사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HBM4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BM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100% 사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 때까지 기존 방식인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을 혼용할 전망이다.

강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HBM에 하이드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는 시점이 16단 적층 HBM 이후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면서 "경쟁사(삼성전자)의 대응과 기술 성숙도, 그리고 시장의 요구에 따라 적용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지호 SK하이닉스 부사장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4'의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강 부사장이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을 16단 HBM에 적용하면 12단 제품 대비 대역폭이 2배 높아진다. 주어진 시간 내 데이터 전송·처리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다는 의미다.

강 부사장은 하이브리드 본딩이 낸드플래시 산업에서도 필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적층 단수를 높이면 완성품의 크기가 커지는 문제에 봉착한다. 하이드브리드 본딩을 통해 적층 단수를 높이면서도 전체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BM도 기존 본딩 방식으로는 조만간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HBM 안에 적층된 D램 1개의 두께를 일정 수준 이하로 구현하는 것이 난제다.

HBM3까지 칩 두께 표준은 720마이크로미터(㎛)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D램을 12단까지 쌓았다. HBM 안에 적층된 D램 1개의 두께는 50~25㎛ 정도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HBM에 새 기술 적용을 고민하는 것은 그만큼 일상에서 인공지능(AI)의 쓰임새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성형 AI를 일상에서 사용하려면 초고속 데이터처리·저전력을 특성으로 갖춘 메모리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HBM 시장은 앞으로 5년간 연평균 최소 40% 성장할 전망이다.

강 부사장은 앞으로 30여년간 데이터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이와 관련된 반도체 산업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AI 시대의 도래로 인해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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