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24/7 CFE'는 무역장벽...물건 팔려면 구매조건에 화답해야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무탄소연합의 이회성 회장이 지난 29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무탄소운동(CFE 이니셔티브)의 내용과 올해 계획을 밝히면서 혼선을 빚던 무탄소운동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탄소운동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전세계적인 에너지 캠페인인 RE100 운동, '24/7 CFE'와 비교해 설명했다.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운동인 RE100은 목표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연간’단위다. 즉, RE100 기업은 지난 달 재생에너지 이외의 다른 전력을 사용하면 다른 달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더 많이 사용해 이전 부족분을 상쇄하면 된다.
RE100 목표를 달성한 구글이 참여하는 24/7 CFE는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무탄소 전력을 사용(실시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하지만 항상 일정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비중이 30%를 웃돌아 밤에 전기가 남아도는 한국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무탄소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무탄소운동은 원전을 포함한 전력원을 사용하자면서 평가 기준은 RE100의 '연간'단위 평가를 준용했다. 무탄소운동 지지자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면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CCUS 등 무엇이든 무탄소운동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무탄소운동이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만든 캠페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탄소운동의 개념이 아직 낯설기도 하지만, 무탄소운동이 국제사회에서 자리잡기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극히 한국의 특수 상황만을 반영해서다.
RE100 운동과 24/7 CFE, 무탄소운동의 참여국 수를 보면 무탄소운동의 보편성이 크게 뒤처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100 운동에 참여하는 기업은 해외 426개 국가에 속해있고, 한국에서는 36개 기업이 가입했다. 24/7 CFE의 경우 해외 145개 기업와 한국 2개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 이에 반해 무탄소운동은 국내외를 통틀어 20개 기업만이 가입해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무역상대국은 무탄소운동을 받아들여 한국산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관심이 더 많다. 그들에게 한국의 무탄소운동은 RE100이나 24/7 CFE처럼 또하나의 무역 헤게모니일 뿐이다. 무탄소운동을 지지한다고 하면 한국산 제품을 사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무탄소운동에 무관심이다.
무탄소운동을 전개할 때 한국의 입장만 고려해선 안된다. 한국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국제사회에 무탄소운동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고 해도 수용국가가 “NO”라고 답한다면 도루묵이다. RE100과 24/7 CFE 운동이 진행되는 곳에 물건을 팔려면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탄소운동을 주창하는 것보다 제조업 상품을 팔아 무역수지 흑자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입장만 고집해 본말이 전도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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