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적립 대부분 마무리...리스크 관리 중심 조직 개편
증시 회복세에 주주친화정책 시행...투자자 관심 이미 쏠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이 지난해 4분기 영풍제지 사태 미수금 등 막대한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충당금 적립은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리스크 관리 실패로 재정비를 단행한 만큼 올해 반등이 예상된다. 특히 증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키움증권의 수혜가 기대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손실 191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충당금 등이 주요인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사태로 인해 4333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발생했다.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었으나 키움증권은 미수거래가 가능하도록 유지했다. 반면 타 증권사들은 미수거래를 막아 주가조작 세력과 개인 투자자들이 키움증권으로 모이게 됐고 이에 따라 막대한 미수금이 발생한 것이다.
부동산PF의 경우 키움증권은 대형 증권사 대비 비중이 작아 비교적 우려사항은 아니라는 평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 우려 요인인 부동산PF와 주가연계증권(ELS) 모두 노출도가 적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으로 약 300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키움증권은 리테일 강자인 만큼 거래량 감소에 따른 위탁매매 수익에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무려 30% 가까이 감소하면서 수수료 수익도 30.4% 줄어들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키움증권은 국내주식 점유율 29.2%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키움증권은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증시 부진 영향과 함께 국내외 부동산 관련 손실을 봤으며 4월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문제로 인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았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23년간 키움증권에 몸담았던 황현순 대표가 사임하기도 했다.
엄주성 신임 대표와 새해를 맞은 키움증권의 올해 영업환경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먼저 이달 들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이 5개월 만에 10조원을 넘기는 등 증시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또 지난해 CFD와 영풍제지 관련 충당금은 지난해 대부분 반영됐으며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PF 관련 우려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유로워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특히 조직개편을 통해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한 만큼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 기대된다. 키움증권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리스크관리 태스크포스팀이 정식 팀으로 승격돼 리테일비즈분석팀으로 활동하게 됐으며 감사운용본부에는 감사기획팀이, 자회사 리스크와 내부통제 통합관리를 위해 그룹위험관리팀이 각각 신설됐다.
현재 키움증권의 주가에도 관련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기준 키움증권은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언급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키움증권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해 보인다. 지난해 10월 키움증권은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위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주가 상승폭을 더욱 키웠다. 정부는 지난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에 PBR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하고 주주가치 제고 우수 업체 등으로 구성된 지수·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증권, 금융지주 등 저PBR주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키움증권 역시 주주친화정책을 실행에 옮겨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더욱 높게 책정하며 올해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금액 700억원 중 71.3% 매입 완료됐고 발목을 잡던 대규모 일회성 손실도 해소됐다"며 "증권사 중 전향적 배당정책을 제시하는 회사는 많지 않은데 그 중 키움증권도 포함돼 올해 실적개선과 더불어 배당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제시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4분기 적자의 주요 요인인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비용 4333억원은 이미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고 주주환원 기준 이익 산출 시 영풍제지 관련 비용을 3년에 나눠 반영하는 등 대규모 비용 부담 발생에 따른 충격 완화 정책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KB증권은 목표주가로 13만3000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