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부진한 실적 이미 주가 반영
국내 부동산PF는 여전히 불확실성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내내 영향을 미쳤던 해외 부동산 손실과 더불어 높은 금리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이 원인이다. 증권가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올 하반기에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연구원들은 대형 5개 증권사(미래에셋, 한국금융, NH, 삼성, 키움)의 지난해 4분기 합계 순손실이 7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의 대규모 적자가 순손실의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과 5개 증권사의 실적 모두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는 의견은 일치했다.
먼저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평가손실이 4분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반영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분기에도 1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쌓았다.
또 CJ CGV의 전환사채(CB) 관련 손실도 반영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2년 CJ CGV의 4000억원 규모 영구 CB 발행을 단독 주관했지만 미매각이 발생하면서 절반이 넘는 물량을 떠안았다. 미래에셋증권이 떠안은 CB는 주당 2만2000원에 CJ CGV 주식으로 바꿀 수 있으나 최근 3개월간 주가는 6000원을 넘긴 적이 없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10월 발생한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인한 미수금 약 4300억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2분기부터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에 타 증권사들은 영풍제지의 미수거래를 막았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거래정지가 되기 직전까지 미수거래를 유지함에 따라 주가조작 세력들이 몰려 막대한 미수금이 발생했다.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도 두 증권사의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해외부동산 관련 손실을 비롯한 충당금이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브로커리지 수익 부진의 타격이 증권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20%가 넘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4분기 부진한 실적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이 포함된 4분기 특성상 거래대금이 소폭 감소하는 계절적 특성을 보이기는 하나 지난해 4분기 유가증권 거래대금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7, 8월 거래대금이 고점을 기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지난해 10월을 저점으로 금리 인하 시그널을 통한 거래대금 회복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사태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평균거래대금이 15조원으로 저점을 찍었으나 11월부터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11월 15조8000억원, 12월 18조9000억원으로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는 5개 증권사의 현재 주가에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20일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 발생을 공시한 뒤 다음 영업일인 23일 주가는 약 24% 떨어졌다.
이후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이 확정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지난해 11월 6일 전 영업일 대비 주가가 10%가량 올랐으며 이후 현재까지 9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올해 실적에 대해서는 하반기에 반등을 기대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먼저 지난해 증권사 충당금 적립의 주원인이었던 해외 부동산 손실의 대규모 비용 반영은 지난해 4분기를 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연말 주요 증권사들의 경영진 교체에 따라 더 보수적인 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는 비용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낸 상태에서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 한국투자, 삼성, 키움증권은 모두 CEO를 교체했으며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으나 연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하반기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대 요소다. 높은 미국 금리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됐으나 지난달 연준 회의 결과 올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이에 대한 수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내 부동산PF 관련 리스크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감독당국의 옥석가리기 발언 등 부실화된 PF 구조조정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사업성 평가뿐만 아니라 감독당국의 의지가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고 올 상반기 중 정책기조의 변화가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