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정 대표, 호실적 거뒀지만 징계 등으로 '안갯속'
하이증권 홍 대표는 내부통제 실패·적자전환에 불투명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다음달에 증권사 CEO들의 임기가 대거 만료된다. 지난해 내부통제 이슈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으로 인한 실적 변동으로 풍파를 겪은 만큼 현직 대표들의 연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차기 대표 선임을 위한 90여명의 롱리스트 작성을 완료했는데 리스트에는 정영채 현 대표가 포함됐다. 이르면 이번주 3~4명의 후보군으로 좁혀진 숏리스트가 발표될 예정이며 최종 인선은 다음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지난 2018년 사령탑으로 취임한 정 대표는 그동안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다. 특히 2021년 연결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며 '1조 클럽'에 가입했으며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7257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 대표가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키는 만큼 연임에 힘이 실리고 있으나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점이 걸림돌이다. 정 대표는 옵티머스 펀드 관련 징계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징계를 받은지 한 달도 안돼 징계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이로 인해 정 대표의 연임은 가능한 상황이나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단지 징계가 유예된 것이기 때문에 추가 연임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선례가 있는 만큼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22년 말 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020년 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은 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뒤 지난해 초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정 대표의 의중은 현재 안갯속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3연임 배경에 대해 묻자 "2022년 사의를 표했지만, 대주주 측에서 채권 회수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의미로 연임을 시켰다"라고 답했다. 또 올해 초 열린 '2024 범금융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남은 임기인 올해 주주총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변수로는 대주주 격인 농협중앙회장 교체다. 지난달 열린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영남 출신의 강호동 율곡농협조합장이 25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지주사의 수장이 바뀌면 그와 맞물려 자회사의 대표가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차기 중앙회장 취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와 함께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둔 CEO로는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김신·전우종 SK증권 각자 대표,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 등이 있다.
오익근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PF 등으로 증권사 전반의 실적 변동이 다소 컸으나 대신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데다 연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진입을 앞두고 있어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홍원식 대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부동산PF 관련 꺾기 의혹뿐만 아니라 내부 통제 의혹에도 휩싸여 홍 대표가 지난해 국감에 불려 나가 해명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적자전환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NH투자증권과 같이 최근 신임 DGB금융지주 회장으로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내정되면서 지주사 회장 교체에 대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경우 김신·전우종 각자대표 체제에 들어선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지난해 채권 관련 수익이 증가세를 보여 현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와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지난해 타 증권사와 달리 부동산PF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뚜렷한 실적 증가세를 보여 연임에 무리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