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3개월' 박 대표, 처분 취소 청구...오는 21일까지 정지 취소
과거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사례...3년 가까운 소송에 승소 판결
정영채 대표도 제소 확률 높아...임기 만기인 내년 3월 대응 예상

박정림 KB증권 대표(왼쪽),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연합뉴스
박정림 KB증권 대표(왼쪽),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라임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해 오는 21일까지 직무정지가 해제됐다. 3심까지 갈 수 있는 소송의 특성상 박정림 대표의 연임이 가능해졌으며 유사한 중징계를 받은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제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지난 1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직무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제4부(부장판사 김정중)는 직무정지 처분의 효력을 오는 21일까지 일시 정지한다고 판결했다. 집행정지 사건 심문은 오는 15일 열린다.

지난달 29일 금융위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로 박 대표에게는 직무정지 3개월, 정 대표에게는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대표 2명 모두 문책경고 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했는데 정 대표는 기존 징계가 유지된 반면 박 대표는 제제 수위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두 대표 모두 향후 3~5년간 금융권의 취업이 제한된다.

박 대표는 오는 31일 임기 종료를 약 한 달 앞두고 직무가 정지됐다. 2019년 증권사 최초 여성 CEO에 임명된 그는 자산관리, 세일즈 부문 등을 맡아 지난해까지 매년 최대 실적을 기록해오며 5년 간 KB증권을 이끌어왔다. 지난 8월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들기도 했던 박 대표는 이번 징계로 커리어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박 대표는 금융위의 징계가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겸직했던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과 한국거래소 사외이사직을 내려놨다. 다만 지난 5일에 법원의 직무정지 처분 일시 정지 판결이 났음을 감안하면 사임과 동시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소송은 박 대표가 KB증권 대표로서가 아닌 개인을 원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KB증권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개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 관계자도 "이번 행정소송은 개인소송이라 회사 차원에서 따로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이번 소송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2019년 우리은행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징계로 2020년 금융위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다. 이에 손 회장은 박 대표와 같이 직무정지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해 3년에 가까운 분쟁 끝에 승소를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직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이번 직무정지 처분 일시정지 판결로 한 달도 안남은 이번 임기를 완주할 것으로 보이며 추가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손태승 회장의 경우 3심까지 2년 넘게 걸렸으며 박 대표의 그간 성과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1~2년 가량의 추가 연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번 박 대표의 소송에 마찬가지로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 NH투자증권 정 대표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대표는 2018년 처음 NH투자증권 대표에 취임해 지난 2021년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는 등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올 3분기에도 누적 당기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량 증가시키는 등 꾸준한 실적 개선을 보여주고 있어 NH투자증권에게 정 대표의 연임 제동은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정 대표도 소송을 제기할 확률을 높게 보고 있다.

다만 정 대표는 박 대표와는 달리 임기가 보장됐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임기 만료에 임박해 제소하거나 징계를 받아들이는 등 대응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