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LED 탑재 애플워치 울트라 개발 중단
당분간 차세대 제품 개발에 OLED 우선 적용
AUO·플레이니트라이드 등 대만기업 다시 부상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애플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를 웨어러블에 탑재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이로 인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나 대만의 마이크로LED 생태계가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스트리아기업 ams 오스람은 최근 애플로부터 마이크로LED 프로젝트의 중단을 통보받았다.
ams 오스람은 애플워치에 마이크로LED 칩을 공급할 예정이던 기업이다. 갑작스러운 애플의 결정에 말레이시아 쿨림에 있는 공장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사는 8인치 웨이퍼 팹 증설을 위해 이 공장에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애플이 프로젝트를 취소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생산 비용을 낮추기 어렵고 수율이 낮은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LED는 픽셀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소형 LED로, OLED 대비 뛰어난 야외 시인성(모양이나 색이 눈에 쉽게 띄는 성질)과 낮은 전력소모 등 여러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기판에 마이크로LED칩을 전사(transfer)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수율이 낮고 제조원가가 높다는 문제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LED는 생산비용이 워낙 높고 수율이 낮기 때문에 애플은 고심 끝에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 개발과 관련해 핵심 공급망이 빠지게 되면서 관련 제품 출시는 뒤로 밀리게 된다. 애플은 워치 3종 중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 마이크로LED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애플이 다른 기업과 손잡고 다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해도 2027년 내 제품을 내놓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애플이 확장현실(XR)기기를 제외한 차세대 제품에 OLED 외 다른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2015년 애플워치, 2017년 아이폰을 시작으로 OLED 디스플레이 사용을 늘리고 있다. 현재 애플워치 OLED 패널의 주요 공급사는 LG디스플레이다. 이 회사는 국내외 LCD 공장을 정리하면서 OLED 투자는 확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 LED 투자도 늘릴 가능성이 있다.
애플이 ams 오스람과 결별하면서 대만의 마이크로LED 생태계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만에는 플레이니트라이드, 엔노스타, AUO 등 경쟁력있는 기업이 포진해있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올해 플레이니트라이드는 마이크로LED와 관련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AUO의 경우 플레이니트라이드와 손잡고 대만 롱탄 공장에 2150만달러(약 290억원)를 들여 6인치 마이크로LED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노스타도 플레이니트라이드와 자동차용 마이크로LED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 이노스타는 AUO와 렉스타, 에피스타가 만든 합자회사로, AUO가 최대주주다.
애플워치에 마이크로LED 적용이 늦어지면 전체 마이크로LED 시장 성장세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마이크로LED 적용 분야 중 2027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 것은 스마트워치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는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LED 시장이 올해 310만달러(약 41억원) 규모에서 2027년 8억1100만달러(약 1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마이크로LED가 가장 많이 쓰이는 분야는 TV로, 올해 TV용 마이크로LED 시장은 1억4400만달러(약 2000억원)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업계에선 애플이 최근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에 이어 마이크로LED가 들어간 애플워치 개발을 포기하면서 미래 기술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전기차를 연구해 온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체할 예정이다. 애플은 2014년부터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개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