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자동차의 종류 중 쿠페(coupe)는 주로 고급 브랜드에서 많이 채택하는 형태다. 높이가 낮고, 지붕선이 뒤로 유려하게 흐르면서 우아한 실루엣을 보인다. 다만 뒷좌석 공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용성을 챙기긴 어려운 형태다. 그래서 쿠페를 두고 ‘이기적인 차’라며 악평을 하는 이들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설적인 4도어 쿠페 CLS를 비롯, ‘C-E-S’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에 각각 쿠페를 배치하며 럭셔리카 마니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벤츠는 다수의 쿠페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판매대수가 적은 차를 다수 보유하는 것은 생산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CLE에 ‘드림카’란 수식어를 붙였다. ‘벤츠 대표 쿠페’라는 이름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췄는지 CLE 450 4매틱을 서울 청담동과 경기도 하남시 일대에서 시승했다.
◇ ‘E’보다 크다는 2도어 쿠페…고급감 강조한 실내외 디자인
차 크기는 길이 4850㎜, 너비 1860㎜, 높이 1420㎜, 휠베이스 2865㎜다. 그간 벤츠 2도어 쿠페의 대명사였던 E클래스 쿠페보다 길고 낮다. 동시에 ‘샤크 노즈(shark nose)’ 형상의 긴 후드가 어우러져 차가 한층 낮게 깔려보인다. 후드 위로 솟은 두 개의 파워돔은 강력한 성능을 은근히 드러낸다.
볼륨감 있는 휠하우스와 어깨선, 짧은 오버행(뒷바퀴축에서 차 끝까지 거리) 등은 매끄러운 지붕선과 함께 측면 캐릭터 라인과 어울리며 2도어 쿠페 특유의 실루엣을 그린다. 20인치 멀티 스포크 알로이 휠과 배기구 등 곳곳에 배치된 AMG 전용 부품들이 역동성을 더한다.
휠베이스가 충분하지만 뒷좌석은 성인이 앉아갈 정도는 아니다. 2도어 쿠페 답게 철저히 앞좌석에 모든 공간과 편의기능을 배치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1.9인치의 세로형 LCD 중앙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기능을 터치식으로 조작하게 돕는다.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를 연결하지 않아도 유튜브나 틱톡, 티맵, 앵그리 버드 등 다양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15개 스피커와 710W 출력의 DSP 앰프로 음악을 명료하게 재생한다. 애플 뮤직을 이용하면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기능도 활성화할 수 있다.
마감재로 고급 소재를 아낌 없이 사용해 손과 등에 닿는 촉감이 좋다. 시트는 CLE만을 위해 벤츠가 새로 개발한 것으로, 쿠션감보다는 밀착감을 강조한 듯 하다. 몸이 푹 들어갈만큼 푹신하진 않지만, 시트 포지션을 잘 맞췄다면 오히려 피로가 덜 할 수 있다. 고급차에 걸맞게 마사지 기능도 탑재했다.
◇ 6기통 가솔린 터보와 명민한 몸놀림의 ‘찰떡궁합’
다운사이징이 대세가 되면서 6기통 엔진도 이제 만나보기 어려운 시대다. CLE 450에 탑재된 직렬 6기통(M256M)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81마력, 최대토크 51.0㎏f·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료효율은 복합 ℓ당 10.9㎞로 인증받앗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벤츠는 CLE에 48V 온보드 전기 시스템을 더했다. 새 차엔 정차 중 엔진을 잠시 껐다가 출발할 때 깨우는 ISG 기능을 탑재했는데, 전기모터가 일련의 동작 과정에서 부드럽게 개입하며 ‘콰르릉’ 하는 충격 없이 기름소비를 줄이도록 돕는다. 일반 하이브리드보다 적극적이진 않지만 주행 중에도 슬쩍 힘을 싣는다. CLE 450이 국내서 저공해 차량 2종 인증을 받은 이유다.
스포츠카처럼 운전자를 몰아붙이진 않지만, 주행 질감이 마냥 나긋나긋하진 않다. 강력한 성능과 정확한 움직임을 겸비한 GT(그란 투리스모)카 성격이 강하다.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의 성향을 운전자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데, 컴포트로 조정해도 노면 정보가 꽤나 정확하게 전달된다. 요철에서 차가 쾅쾅 튀는 건 아니지만,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는 건 아니다.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차가 잘 따라온다. 조향 세팅이 정확하다는 의미다. 주행 속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차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다이내믹 바디 컨트롤 서스펜션’과 뒷바퀴가 최대 2.5도까지 움직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덕분이다.
◇ “경쟁자 없다”는 벤츠의 주장, 설득력 있나
1억원 가까운 가격의 차를 두고 벤츠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있는 차라고 강조한다. 이제는 최상위 S클래스서만 만나볼 수 있는 직렬 6기통 엔진을 탑재했고, 풍성한 편의·안전품목을 아낌 없이 탑재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2도어 쿠페지만 트렁크 용량이 420ℓ로 골프백 3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CLE의 경쟁자가 없다는 벤츠의 주장도 나름 수긍이 된다. 벤츠가 C클래스 쿠페나 E클래스 쿠페를 통합하면서 BMW 4시리즈나 아우디 A5보다 ‘한 급 위’의 차로 CLE를 만들었다는 점이 시승 내내 느껴졌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CLE 450 4매틱의 가격은 96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