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갑 여론조사 1위 이창근 배제...이용·김기윤·윤완채 3자 경선
홍석준·유경준 "시스템 공천 깨졌다" 반발
'쌍특검법' 이후 잡음 지속...이탈표 우려했나
국민의힘 "여론조사 높아도 배제할 수 있어"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8차 호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16 사진=연합뉴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8차 호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2.16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맞수’로 나설 경기 하남갑 후보를 경선으로 결정키로 했다. 다만 하남갑 여론조사 1위 예비후보였던 이창근 전 하남시 당협위원장을 배제하고 ‘친윤계’ 초선 이용 (비례)의원을 경선 후보에 올려, 이용 의원에 공천 명분을 주기 위한 경선 방침을 의결한 것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6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하남갑은 이용 국회의원, 김기윤 현 경기도교육감 변호사, 윤완채 전 하남시장(한나라당) 후보의 3자 경선이 치러진다. 이창근 전 위원장은 야당 지지세가 강한 하남을로 지역구 조정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공관위 일각에선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설 추 전 장관에 맞서 ‘윤심(尹心) 메신저’로 불리던 이 의원의 단수공천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의원의 단수공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에 부정 여론이 들끓은 바 있어, 당 공관위 차원에서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 공관위는 하남갑 유력 경선 승리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이 의원에 유리한 경선판이 짜여졌다. 이 의원의 경선 승리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공천 명분을 안겨줄 '눈속임' 경선이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용(왼쪽)  국민의힘 의원, 이창근 국민의힘 하남시 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편집=이지예 기자.
이용(왼쪽) 국민의힘 의원, 이창근 국민의힘 하남시 전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편집=이지예 기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윤완채 후보를 경선 후보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른정당 출신 윤 후보가 컷오프되면 개혁신당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 들렸다”며 “공직선거법상 경선에 붙여진 후보는 다른 정당으로 출마할 수 없어, 윤 후보의 탈당을 막기 위해 공관위가 경선 후보에 포함시킨 것 같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1위 배제 논란이 불거진 지역은 하남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 위원회는 5일 서울 강남병에 고동진 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단수공천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조사 1위임을 주장한 현역 유경준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보수의 심장’ 대구 달서갑에 단수공천되면서 현역 홍석준 의원도 컷오프됐다.

◇ '쌍특검법' 이탈표 우려한 공천?...당 내홍 격화

공천 막바지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컷오프 되면서 본격적으로 잡음이 시작되고 있다. ‘쌍특검법(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 재표결을 기점으로 시스템 공천이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논란이 될 만한 지역의 공천 발표를 쌍특검법 재표결 이후로 미뤄, 이탈표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컷오프된 홍석준·유경준 의원은 이날 입장을 내고 당에 재심을 요구했다.

홍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 변호사 단수추천 의결이 큰 오점으로 작용해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잃어버려 총선 악재가 되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공정한 시스템 공천 대원칙이 깨졌다”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2월 5일 당에서 실시한 저 유경준의 경쟁력 조사 수치는 49.8%이고 2위 후보는 20% 초반으로 확인됐다"며 "만약 사실과 다르다면 공관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시스템 공천에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공관위가 정한 단수공천 기준은 '경쟁력 평가에서 1위 후보 지지율이 2위 후보의 2배 이상이고 도덕성 평가에서 10점 이상인 경우', '공천심사 총점(100점 만점)에서 1위와 2위의 점수 차가 30점을 초과한 경우' 등이다.

◇ 與 "경쟁력 고려한 공천" 반박

장동혁 사무총장은 전날 브리핑을 마친 뒤 하남갑에서 이 전 위원장이 배제된 이유에 대해 "저희가 우선추천, 단수추천, 경선을 할 때 여론조사 점수만을 갖고 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기여도나 면접까지 100점 만점으로 아울러서 (평가)하고 여론조사 점수가 높아도 다른 점수를 고려했을 때 경선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선 경쟁력에 있어서는 다른 후보보다 뒤진다거나 여러 정치상황 비춰보고 본선 경쟁력이 다른 후보보다 부족하다 할 때는 공관위에서 고려해 경선 후보에 참여시키지 않을 수 있다”라며 여론조사보단 공관위의 평가가 주 결정 포인트라는 점을 인정했다.

공관위는 유 의원이 컷오프된 강남병에 대해서는 입장문을 내고 "공관위가 실시한 본선 경쟁력 조사 결과, 1위 후보 49.6%, 2위 후보 41.3%, 3위 후보 38.1%, 4위 후보 35.2%, 5위 후보 34.0%로 단수공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모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정당 지지율(58.6%)에 많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추천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나아가 강남병 공천 신청자 중 압도적인 본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후보가 없었다. 공천 신청자 종합평가 결과도 1위 92.75점, 2위 81.48점, 3위 72.14점으로 단수추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시스템 공천에 입각하여 원칙과 기준을 갖고 공천심사에 임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허위 사실에 기반하여 시스템 공천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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