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파 한 단에 5500원, 적상추 100g에 2041원.
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생활비는 물론 대출 이자를 갚거나 월세를 내는 등 매달 나가는 돈은 늘고 있는데 월급 등의 고정 수입은 제자리를 유지하면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카드론, 보험약관대출 등 불황형 대출을 받는 이용자도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 대금 중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해 갚는 리볼빙 이용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결제성 리볼빙 잔액의 경우 역대 최대치인 7조5115억원(지난해 11월 기준)을 기록했다.
타 불황형 대출보다 리볼빙의 성장세가 유독 돋보이는 이유는 뭘까. 당장 돈을 갚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리볼빙 신청 시 먼저 낼 금액을 설정하는 '약정결제비율'을 10% 단위로 선택할 수 있는데 최소 단위인 10%로 설정할 경우 카드값의 10%만 결제되고 나머지 90%는 다음 달에 결제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들은 리볼빙 서비스를 마치 '무료 결제' '무이자 할부'의 개념으로 무분별하게 이용하는 중이다.
물론 수입이 일정하지 않거나 카드값을 제때 갚기 어려운 상황에서 리볼빙을 이용한다면 연체로 인해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이용자들은 다른 대출 서비스인 카드론 등에 비해 리볼빙 서비스의 금리가 유독 높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카드론 금리는 13.57~15.54%로 분포했는데 리볼빙 금리(수수료율)는 15.56~18.13%로 나타났다.
또 매월 약정된 결제 비율만 결제되는 가운데 매달 이용하는 카드값의 일부도 계속 이월돼 갚아야 할 원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 원금이 커지는 만큼 원금에 붙는 이자도 불어나기 때문에 갈수록 '리볼빙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더 큰 신용점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리볼빙 서비스를 '고금리 대출성 계약'으로 정의하고 지난해 말에는 소비가경보를 발령해 이용에 주의를 당부하는 등 리볼빙 서비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리볼빙 설명의무 등을 강화하는 개정 약관도 마련했다.
소비자들이 리볼빙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카드결제금액(부채)을 상환가능한 액수만큼만 결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이월해 당장의 신용하락 리스크를 막고 이를 빠르게 갚아나가면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된 리볼빙 서비스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건 1992년이다. '급한 불만 우선 끄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최근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불을 끄는 대신 부채질을 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심각성에 비해 훨씬 무디다. 리볼빙 서비스는 점점 불어나는 빚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불황의 시대'에 현명한 소비와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