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현금 없이 생활하는(캐시리스) 사회가 보편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엔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시민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카드·간편결제의 활성화로 현금 없는 생활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카드 결제가 보편화됐지만 신용카드가 있어도 결제를 하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보험료다. 보험사들은 대다수 보험의 보험료를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받고 있다. 물론 특정 카드회사의 카드로는 결제가 가능하지만 보험료를 결제하기 위해 해당 카드를 만드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방법 자체를 마련하지 않은 곳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만 보편적인 카드 결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매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 납부 관련 민원 역시 크게 증가하면서 보험료 신용카드 납부 문제는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는 보험사로 인해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감사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18개의 카드 결제 비율은 11.9%, 손해보험사 16개의 카드 결제 비율은 17.8%로 80% 이상의 보험료가 현금결제로만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보험사가 보험료 카드 납부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수수료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경우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로 인해 보험료 인상이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도 "현 보험사의 카드 가맹점수수료율은 2% 초반인데 이를 1% 수준으로 낮추지 않으면 카드 결제를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율도 낮은 상황이라 추가 인하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결국 이러한 각 업계의 의견차로 인해 보험료 카드 납부 문제는 10년 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관련 법안도 발의하는 등 카드 납부 활성화를 위해 힘써왔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보험·카드사·금융당국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보험료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불만도 점점 커지면서 일부 보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내 돈을 눈치 보며 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실 이 논쟁에서 가장 필요한 해결책은 입법보다는 보험사와 카드사끼리 협의를 통한 적절한 수수료율 도출이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카드 수수료율은 보험·카드사가 자율결정할 사안으로, 당국이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을 정도로 보험·카드사의 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활성화로 인해 캐시리스 사회가 점차 확대되면서 보험료 카드 납부 관련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아직 사회적 문제로까진 번지지 않았지만 소비자 의견에 경청하고 일정 부분 공익에 관심 가져야 악화된 업황 역시 살아날 수 있다. 보험·카드사는 사주고 사용하는 소비자가 있어야 버틸 수 있다. 그게 보험료 카드 납부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