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보험사 간의 통화내역. 사진=최동수 기자.
기자와 보험사 간의 통화내역. 사진=최동수 기자.

#대략 총 1시간. 최근 보유 중인 보험을 갱신 시켜준다며 보험사와 기자가 나눈 통화 시간이다. 갱신되는 약정 내용 대부분을 대화로 설명하고 그거에 맞춰 대답을 하는 방식이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상담사도 점점 지쳤고 듣고 있던 기자 역시 건성건성 대답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콜센터를 통한 상담 업무도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 보험업 특성상 설명해야되는 부분이 많고 불완전판매를 줄인다는 이유로 콜센터를 통해 약관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여전히 많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콜센터 상담 업무를 개선하고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해 보험 가입·갱신 등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돌입했다.

이러한 시스템의 발전으로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편리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콜센터의 무리한 통화로 인해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보험업법상 대면이나 목소리를 통해 보험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이 제대로 된 설명과 동의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어쩔 수 없이 길어지는 통화로 설명을 하는 상담사와 동의를 하는 가입자 모두 지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불완전판매 리스크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어렵게 통화를 끝내도 일부 보험사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또다시 동의를 얻고 추후 해당 보험의 약관도 우편으로 보낸다.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보험사 콜센터의 무리한 TM(텔레마케팅)은 결국 고객 유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들도 법으로 인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러한 전화를 직원들도 받는다"라며 "대부분 성의 있는 대답이 나오진 않지만 법적으로 해야되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에선 보험사 관련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특별한 변화의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으면서 유연한 영업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엄청난 종이를 사용해 '인지(人紙)산업'이라 불렸던 보험산업은 최근 페이퍼리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종이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콜센터 관련 민원 역시 보험사의 노력과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등이 이뤄진다면 불필요한 인력과 시간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 산업 전체의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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