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경쟁력 최우선 전략에 낸드 사업 빠른 회복
1Q 흑자 전환한 듯, SK하이닉스는 4Q 흑자 예상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SK하이닉스보다 조속히 흑자 전환을 이뤄낸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펼쳐온 만큼 최근 낸드 가격 상승 흐름과 맞물려 양사 간 온도 차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 사업은 지난 1분기 흑자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실화될 경우, 영업손실을 기록한 2022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만이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를 구분해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1분기 낸드 사업에서 약 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써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흑자로 돌아선 것이 확실시된다. 더블데이트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D램이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의 낸드 사업이 SK하이닉스보다 빨리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수익성 중심의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 경쟁이 D램보다 훨씬 치열한 만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단순히 셀을 높이 쌓는 문제보다는 최적화된 단수를 통해 이익을 내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전자의 176단 낸드 출시가 마이크론, SK하이닉스보다 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더블 스택(낸드플래시를 두 번에 나눠 제작한 뒤 결합하는 방식)' 기술 도입도 경쟁사 대비 늦었다. 이 방식은 쌓은 셀을 한 번에 뚫어 연결하는 '싱글 스택' 방식 대비 생산비용이 높고, 수율이 떨어진다.
SK하이닉스는 더블 스택을 4세대인 72단 낸드부터 2017년에 사용했으나, 삼성전자가 이 기술을 본격 사용한 것은 2021년 7세대 176단 낸드부터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내준 것을 낸드 사업을 통해 일부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연구원은 2분기에는 삼성전자가 낸드 사업에서 1분기의 두 배 규모인 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AI 특수로 HBM 공급량이 늘면서 D램 사업 수익성이 크게 향상됐다.
반면 낸드 사업에서 이익을 내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이 올해 4분기는 돼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3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고리를 10개 분기 만에 끊는 시점이 된다.
다만 낸드 가격 회복세의 지속성과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 여부에 따라 흑자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낸드 평균 계약(공급)가격은 전 분기 대비 최대 18% 오를 전망이다.
특히 기업용(엔터프라이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계약가격은 최대 25% 상승할 것으로 제시됐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은 기업용 SSD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기업용 SSD는 북미와 중국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의 수요 증가로 상반기 내내 공급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또 고객사들이 성수기인 하반기 이전에 재고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2분기 모든 낸드 제품군 중에서 기업용 SSD는 가장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