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 적층 경쟁 심화, 고용량 제품에 힘
'트리플스택' 적용해 SK하이닉스·마이크론 넘어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가 300단대 낸드플래시 출시를 건너뛰고 400단대로 직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적층(저장공간인 셀을 쌓아 올린 것) 단수 321단을 단숨에 뛰어넘어 초격차 우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90단 낸드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내년 400단대로 곧장 넘어가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낸드에서 적층 단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단순히 높이 쌓는 것보다 '어떻게 쌓느냐'의 문제와 함께 원가경쟁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단순히 적층 수만 놓고 보면 한 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밀렸다. 적층 수를 높이면 동일한 면적에서 쉽게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300단대 낸드 출시를 건너뛰고 400단대로 직행하는 배경에는 '트리플 스택’을 사용해 적층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동시에 뛰어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전날 트리플레셀벨(TLC) 방식의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셀을 290단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제품에는 '더블 스택' 기술이 적용됐다.
더블 스택이 셀에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채널 홀을 두 번에 걸쳐 만든다면 트리플 스택은 세 번에 걸쳐 만드는 방식이다. 더블 스택이 트리플 스택 방식보다 원가경쟁력과 생산성 측면에서 우수하다.
삼성전자는 고적층 낸드를 구현하기 위해 400단대부터 트리플 스택 방식을 적용, 이를 통해 적층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달리 SK하이닉스는 트리플 스택 방식을 사용한 321단 제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적층 수를 높이면서 전체 높이는 낮추고, 셀 간 간섭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게이트의 피치(선폭)를 가장 미세하게 구현하면서도 셀 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0단 이상 낸드에서 수직 게이트 피치는 43~44나노미터 사이다. 같은 기준에서 마이크론의 게이트 피치는 55나노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낸드 제조사들도 이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조만간 낸드에도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반도체(다이)를 범프(돌기) 없이 구리로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를 사용하면 낸드의 전체 두께를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다만 삼성전자 관계자는 300단대 낸드 출시 없이 400단대를 곧바로 준비한다는 내용과 관련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