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국민의힘 총선 참패 직접 입장 표명
"국민 체감할 변화 모자라…세심한 영역서 부족"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여당의 참패로 끝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결과와 관련해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귀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총선 다음날인 11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입장을 전했지만,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더 낮은 자세와 유연한 태도로 보다 많이 소통하고 저부터 민심을 경청하겠다"면서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세심한 영역에서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훨씬 더 세밀하게 챙겼어야 했다"면서 지난 2년 동안 '민생'을 위해 벌였던 정책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윤 대통령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해서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으나, 어려운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미처 힘이 닿지 못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건전재정을 지키고 과도한 재정 중독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자 환급을 비롯해서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애썼으나, 근본적인 고금리로 고통받는 민생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부동산 3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고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집값을 낮췄다"면서도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분들과 세입자들 또 개발과 재건축으로 이주하셔야 하는 분들 그분들의 불안까지 세밀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식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벌였던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공매도를 금지하고 양도소득세와 과세 대상을 상향해 증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조치한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자산 형성과 기업의 밸류업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식 시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다"면서 "정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정책과 현장의 시차를 극복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수출 드라이브와 건전재정, 민간 주도 성장을 통해 수출이 되살아나고 경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원전 생태계 복원,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 장학금 확대, 국가 돌봄 체계 실현 등 지난 2년간 해온 노력을 소개하면서 "아무리 국정의 방향이 옳고 좋은 정책을 수없이 추진한다 해도 국민께서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정부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고,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한다"면서 "국민이 겪는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임무이고, 민심을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한"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총선으로 중단됐던 민생토론회도 재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민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며 "국민들의 (정책) 수요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저희가 인정하고 다양한 국민들의 수요에 대한 이 맞춤형 정책추진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남은 임기 국정의 키워드가 된 '대화와 협치'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책임을 다하면서 국회와도 긴밀하게 더욱 협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을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께서는 이번 21대 국회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부처에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란다"며 "국민께서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어떤 것이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지 더 깊이 고민하고 살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 몇 배로 더 각고의 노력을 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포함해 108석을 챙겼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합쳐 175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1당이 됐다. 이밖에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및 탄핵 저지선인 100석을 넘어섰다. 하지만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달성하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국회에 이어 또다시 '거야'(巨野)에 포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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