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양정철 기용설'에 정치권 한때 '술렁'
대통령실·당사자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종결
대통령실, '친윤' 장제원 비서실장 가능성도 일축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왼쪽)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왼쪽)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의 기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說)이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 이후 '쇄신'에 초점을 맞춘 '파격 인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에서 보수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 데다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이 일제히 부인하면서 정치권을 술렁이게 한 '설'은 싱겁게 끝났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7일 공지 메시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언급된 인물들도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는 YTN이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이관섭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신설되는 정무특임장관에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새 국무총리 후보군으로는 주호영, 권영세 의원 등이 언급됐다. 또 비서실장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진석, 장제원 의원 등이 거론됐다. 모두 여권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총선 민의를 수용하지 못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을 기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 김 대표는 모두 정치권에서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었다.

또한 양 전 원장은 2017년 대선 때 문 전 대통령 캠프에 있었고, 2019년에는 민주연구원장으로 취임해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도 2004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를 거친 인물이다. 김 대표는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이번 총선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로 당을 옮겨 세종갑에서 당선됐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과 당사자들이 부인했지만, 정치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부정적 기류가 더 강했다.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친윤'(친 윤석열) 인사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당원과 지지자분들께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처럼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용태 국민의힘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현실화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정계 개편도 불가피해 보이지 않나"라고 밝혔다.

야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했고, 개혁신당은 '얕은 정치적인 수'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파괴 공작을 하고 있다"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이 대표와 영수회담을 하라"며 "거기서 만약에 이런 인사들이 두 지도자 사이에서 합의됐다고 하면 민주당이 인준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은 "그렇게 해결해야 하는데 대국민 담화도 안 하고, 국무회의에서 회초리 맞은 대통령이 장관들을 몽둥이로 두들겨 팼다"며 "그러더니 이걸 던지는 건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야당 파괴 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해 변심한 자들을 국민이 다 낙선시켰다, 심판했다"며 "그런데 우리 민주당 인사들이 간다고 인준이 되겠느냐. 안 된다. 가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의 추미애 경기 하남갑 당선인도 이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에 탄핵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내셨던 김병준 씨를 총리로 지명을 했는데 그것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맥락도 없이 사실상의 거국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안을 냈다는 자체가 대통령이 지금 얼마나 당황하고 현 정국 수습하기 위해 두서없는 대안들을 내고 있는지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며 "아주 얕은 정치적인 수로 이것을 돌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협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래 가지고 사태를 수습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뉴스1은 윤 대통령이 친윤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비서실장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장 의원은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 통화에서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온갖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오는 이야기일 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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