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불통이 참패 원인…의정갈등 막판 표심에 영향"
尹-李 영수회담, 이준석 끌어안자는 얘기도
대통령실 '野 인사 기용설'엔 "현재로선 불가능"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이번 22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에 돌리며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강하게 질책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17일 오후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모습이 막판 표심에 영향”, “윤 대통령의 불통과 당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 등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당을 향한 당 원로들의 쓴 소리가 쏟아졌다.
◇ 尹 '국정 스타일' 직격…"불통·강행이 총선 패배 원인"
유흥수 상임고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비공개 회의에선) 이번 선거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 하는 아주 통렬한 반성이었다. 결국 정권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 방향이나 정책이 잘못된 것에 대한 심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방향을 잘 잡고 잘 하고 있지만 그걸 집행하는 방법, 국정 스타일에 대해서 국민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오연 상임고문도 “대통령이 소통 과정에서 좀 더 겸손하고 민심을 살피도록 노력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며 “총선 패배의 원인은 결국 행정부에 많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 상임고문은 “정책 기조는 옳았는데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서 강행하는 것들이 국민들에 반감을 사는 경향이 많이 있던 것 같다”며 “의사 증원 문제도 옳은 일인데 협조를 받지 않고 강행하는 것이 의사들의 반발을 많이 사지 않았느냐(하는 얘기가 있었다). 앞으로 옳은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민심을 살펴가면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준석 얘기 나왔다…합당은 논의된 바 없어"
회의에선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화 필요성을 비롯해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의 동력 마련을 위해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단 판단에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상임고문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이준석 대표가 결국 국민 지지를 받고 국회에 입성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협치)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다만 합당은 논의된 바 없다. 야당과의 협치에 방점을 두고 얘기를 나눈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대통령에게 ‘내부총질 당 대표’로 저격당하며 쫓겨나듯 물러난 바 있다. 이후 개혁신당을 창당해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준석 대표는 당선 후 연일 윤 대통령에 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범야권 진영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더 큰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 상임고문은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 나는 이게 우리나라 국민성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얘기는 안 나왔지만 (이재명 대표도) 정치의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 대표인데 아무리 사법리스크가 있더라도 재판에서 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윤 대통령이 상대를 해야 한다”며 영수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집권여당이 중차대하다. 의석은 적지만 그래서 절대 다수당,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늘 대화를 해나가고 협치도 할 수 있는 당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상임고문도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감각이 많은 참모가 주변에 필요할 거고 야당과의 협조를 당연히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각 쇄신에 박영선·양정철 등 야권 인사가 거론된 데 대해선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기보다도 당적을 아직 가진 사람들이니 연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아마 용산에서도 부인했지만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 당적을 가진 사람을 요직에 앉힐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비서실장은 정무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쓴 소리, 조언을 가감없이 할 수 있는 정치인 출신이 좋지 않겠나”라며 “총리는 야당 인준도 받아야하니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거부감이 없는 아주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권은 대통령실의 개각 관련 보도로 하루종일 술렁였다.
◇ 조기 전대 위한 '윤재옥 비대위'엔 공감대
한편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데 윤 권한대행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고문님들은 정치 경험을 갖고 계시니까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그리고 시중의 여론 이런 걸 중심으로 말씀해주셨고 저희들이 그런 내용마저도 다 당을 수습하는 데 참고해야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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