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불통이 참패 원인…의정갈등 막판 표심에 영향"
尹-李 영수회담, 이준석 끌어안자는 얘기도
대통령실 '野 인사 기용설'엔 "현재로선 불가능"

국민의힘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7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7 [국회사진기자단]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은 이번 22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윤석열 대통령에 돌리며 독선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강하게 질책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야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17일 오후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선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윤 대통령의 독선적인 모습이 막판 표심에 영향”, “윤 대통령의 불통과 당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 등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와 당을 향한 당 원로들의 쓴 소리가 쏟아졌다.

◇ 尹 '국정 스타일' 직격…"불통·강행이 총선 패배 원인"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7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17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유흥수 상임고문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비공개 회의에선) 이번 선거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 하는 아주 통렬한 반성이었다. 결국 정권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 방향이나 정책이 잘못된 것에 대한 심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방향을 잘 잡고 잘 하고 있지만 그걸 집행하는 방법, 국정 스타일에 대해서 국민은 별로 안 좋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오연 상임고문도 “대통령이 소통 과정에서 좀 더 겸손하고 민심을 살피도록 노력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며 “총선 패배의 원인은 결국 행정부에 많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 상임고문은 “정책 기조는 옳았는데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서 강행하는 것들이 국민들에 반감을 사는 경향이 많이 있던 것 같다”며 “의사 증원 문제도 옳은 일인데 협조를 받지 않고 강행하는 것이 의사들의 반발을 많이 사지 않았느냐(하는 얘기가 있었다). 앞으로 옳은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민심을 살펴가면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이준석 얘기 나왔다…합당은 논의된 바 없어"

회의에선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대화 필요성을 비롯해 이준석 대표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의 동력 마련을 위해선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과의 ‘협치’가 불가피하단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준석 대표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준석 대표가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회의에 참석한 한 상임고문은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이준석 대표가 결국 국민 지지를 받고 국회에 입성하지 않았나. 그런 점에서 (협치) 얘기가 나온 것”이라며 “다만 합당은 논의된 바 없다. 야당과의 협치에 방점을 두고 얘기를 나눈 것”이라고 전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힘 당 대표 시절 윤 대통령에게 ‘내부총질 당 대표’로 저격당하며 쫓겨나듯 물러난 바 있다. 이후 개혁신당을 창당해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준석 대표는 당선 후 연일 윤 대통령에 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범야권 진영에서 정부의 국정운영에 더 큰 제동을 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나 상임고문은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윤석열 정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지지를 받고 있지 않나. 나는 이게 우리나라 국민성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오늘 (비공개 회의에서) 얘기는 안 나왔지만 (이재명 대표도) 정치의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 대표인데 아무리 사법리스크가 있더라도 재판에서 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윤 대통령이 상대를 해야 한다”며 영수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의화 상임고문단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집권여당이 중차대하다. 의석은 적지만 그래서 절대 다수당, 절대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과 늘 대화를 해나가고 협치도 할 수 있는 당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상임고문도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을 바꾸려면 정치적인 감각이 많은 참모가 주변에 필요할 거고 야당과의 협조를 당연히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내각 쇄신에 박영선·양정철 등 야권 인사가 거론된 데 대해선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기보다도 당적을 아직 가진 사람들이니 연정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아마 용산에서도 부인했지만 검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 당적을 가진 사람을 요직에 앉힐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비서실장은 정무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정치적인 쓴 소리, 조언을 가감없이 할 수 있는 정치인 출신이 좋지 않겠나”라며 “총리는 야당 인준도 받아야하니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거부감이 없는 아주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치권은 대통령실의 개각 관련 보도로 하루종일 술렁였다.

◇ 조기 전대 위한 '윤재옥 비대위'엔 공감대

한편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데 윤 권한대행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고문님들은 정치 경험을 갖고 계시니까 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 그리고 시중의 여론 이런 걸 중심으로 말씀해주셨고 저희들이 그런 내용마저도 다 당을 수습하는 데 참고해야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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