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 이제 그만…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가격신호 회복 필요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 안희민 부장
데일리한국 정치경제부 안희민 부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제자리 걸음이다.

민수용 도시가스는 일반 가정이 사용하는 주택용과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일반용으로 구분되는데, 주택용의 경우 2022년 1월 도매요금이 MJ당 12.93원, 2023년 1월 18.4원, 2024년 1월 19.44원을 기록하고 있다. 일반용(동절기)은 같은 기간 각각 11.53원, 16.97원, 17.99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상업용 도시가스 가운데 산업용 동절기 가스요금은 같은 기간 22.27원, 31.28원, 22.07원으로 계산됐다. 도시가스발전 열병합용 가스요금은 역시 같은 기간에 22.83원, 29.6원, 20.21원이었다. 

한눈에도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변동폭이 다른 가스요금보다 적다. 거의 동결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집에서 가스렌지로 식사를 준비하고 곱창집을 새로 운영하기 시작한 친척을 둔 필자는 당장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한국가스공사 살림은 거덜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23년 매출(연결 기준)은 44조5560억 원, 영업이익은 1조5534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7조1683억 원, 영업이익은 9100억 원이나 줄었다. 결국 2023년 당기순손실액은 7474억 원에 달했다. 가스 판매 물량 감소와 판매단가 인하를 겪으면서도 동절기 취약계층까지 지원해서다.  

가스공사 살림살이가 쪼그라드는 것이 우리와 무관할까? 그렇지 않다. 우린 고물가 시대에 살고 있고, 세금도 내고 있다. 우리가 부담하는 물가와 세금은 돌고 돌아 결국 가스공사의 손실을 메꿀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싸다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차라리 민수용 도시가스 가격이 ‘정상화’돼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도시가스를 낭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이 정상적으로 가격 신호를 보내고 있으니 여기에 발맞춰 능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더 무서운 건 13조 원에 달하는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다.

가스공사는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을 누적해 놓고 있다. 이게 2021년 말 1조 7656억 원이 되더니 2023년 말엔 13조 110억 원까지 쌓였다. 언젠가 국민들이 채워 놓아야 하는 돈들이다. 

만약 가스공사가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정상 가격으로 받았다면, 주택이든 소상공인이든 도시가스 사용을 줄였을 테고 미수금도 급격하게 쌓이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가격 신호 기능을 상실해서 일어난 일이다. 

요즘 가스공사는 한창 공기업 경영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문제가 크니 아마 올해도 낮은 등급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 그러면 끝나는 일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언젠가 비싼 영수증이든 세금 고지서든 우리 호주머니에 폭탄이 꽂힐 것이다. 

그러기 전에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정상화해 더 큰 폭탄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가스공사도, 일반 가정과 소상공인들도 가격 신호에 따라 공급과 수요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