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제휴사 통해 점유율 확대·고객 확보 가능
데이터 활용도 적극 진행하며 1석2조 효과
점점 늘어나는 PLCC 수수료에 출혈경쟁 우려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카드사들이 커머스·뷰티 등 유통사와 독점 계약을 통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회원을 통한 점유율 확대는 물론 유통사가 갖고 있는 소비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물가에 구매 혜택을 꼼꼼하게 찾으려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면서 올해 PLCC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선 조달 금리 상승으로 카드사의 수익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PLCC 수수료로 인해 출혈경쟁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사들은 제휴사지급수수료가 부담된다면서도 해당 브랜드의 충성 고객을 단기간에 유입할 수 있고 데이터 활용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아 앞으로도 유통사와의 PLCC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PLCC 시장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현대카드는 지난 7일 대형 뷰티 플랫폼인 올리브영과 PLCC를 출시했다. PLCC는 Private Label Credit Card의 약자로 카드사가 특정 기업과 손잡고 전용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해 충성 고객이 몰린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카드는 모빌리티·테크·유통·정유·패션·금융 각 산업 분야 기업 18곳과 사업을 기획·운영 중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브영의 충성 팬인데 이제는 무려 이선정 올리브영 대표와 함께 일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9월 쿠팡과 함께 내놓은 PLCC '쿠팡 와우 카드'는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50만장을 돌파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해당 카드 발급량은 상품 출시 한 달 후인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3.7배 성장했다. 이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KB국민카드는 연내 100만장 돌파를 기대 중이다.
이에 앞서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모빌리티와 유통 중심으로 3개 제휴 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모빌리티의 경우 KB캐피탈과 함께 'KB차차차 신용카드'를 내놨고 교통 관련 혜택을 제공하는 'TMAP 신용카드'를 내놨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발급에서 이용까지 고객이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움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쿠팡 와우 카드' 인기의 원동력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고객이 더욱 만족할 만한 '쿠팡 와우 카드'이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프로모션을 준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신한카드는 카드업계 최초로 외항사와 손을 잡았다. 싱가포르 항공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출시한 '싱가포르항공 크리스플라이어 더 베스트 신한카드'는 세계 각국 오지 여행을 즐기는 탐험가형 여행자를 겨냥한 카드로 싱가포르항공이 전 세계 38개국 121개 도시를 촘촘하게 운항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혜택을 설정했다.
삼성카드도 지난해 'TRADERS CLUB 삼성카드' '네이버웹툰 삼성 iD 카드' 'MY S-OIL 삼성카드' '우리동네GS 삼성카드'와 올해 'W컨셉 삼성카드' 등 혜택을 두루 갖춘 PLCC를 내놓으면서 쇼핑·문화 관련 소비 수요를 끌어모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PLCC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가장 좋다"며 "고객이 늘면 데이터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도가 많아져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기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고객·데이터 확보에 PLCC 효과적
카드사들이 유통사와의 협업을 통해 연이어 PLCC를 출시하는 데에는 △고객 확보 △데이터 수집 등의 이유가 숨어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년간 발급된 PLCC는 총 733만장 이상으로 매년 100만장 이상 늘고 있다. 카드 발급이 모두 카드 사용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발급량만 보면 PLCC의 고객 확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보면 해당 유통사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개발할 기반도 확보할 수 있다. 카드사가 가져가는 데이터는 결제금액뿐이지만 유통사들은 고객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품목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교환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현대카드는 PLCC 제휴사들과 정기적으로 데이터 협력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적인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현대카드의 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고객들에게 차별된 혜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신상품 출시나 신용평가 모형 개발 등을 위해 유통업과 협력하는 추세다"라며 "유통기업의 품목 데이터와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맞춤형 마케팅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제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용이 크게 늘리면서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카드사가 제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용은 5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고 업황 악화로 진통을 겪는 카드사에게 가중되는 부담 역시 커지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가 제휴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1조2318억원으로 전년(8311억원) 대비 48% 급증했다. 카드사의 제휴사지급수수료가 1조 규모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PLCC나 제휴카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다 보니 카드사들이 부담하는 제휴사지급수수료도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카드사로서는 필수적으로 지급할 수 밖에 없는 비용이라 판단해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혜택을 갖춘 PLCC를 내놓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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