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장기화는 물론 수수료 인하 등의 악재가 겹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금조달의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해외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 창구를 확대하며 안정적인 자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이러한 카드사의 노력이 채권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라는 평가를 내놨으며 금융당국도 여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조달처 다변화 움직임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달 아시아와 유럽 채권 시장에서 5억달러의 5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외화 표시 채권은 국내 기업이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해외 채권 시장에서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대카드가 2007년 이후 17년만에 해외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자 32억달러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렸으며 공모 참여자엔 글로벌 우량 투자기관 50여곳도 포함됐다. 현대카드는 5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에 135bp(1.35%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로 채권을 발행했다. 최초 제시한 금리는 170bp였지만 수요가 쏟아지며 가산금리가 내려갔다.

이에 앞서 신한·삼성·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외화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해 외화를 조달하고 있다. ABS는 부동산·매출채권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으로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 매출채권을 담보로 5년 만기 유로화 ABS를 2억달러 발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4년 만기 달러·유로화 ABS를 총 6억달러 발행했다.

삼성카드도 지난 1월 6억달러의 달러화 ABS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기초자산은 매출채권, 만기는 2029년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 매출채권 담보의 ABS를 5억달로 발행했다. 평균 만기는 3년으로,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인 MUFG은행과 싱가포르 DBS은행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사들의 채권 의존도는 현재 굉장히 높은 상황이다"라며 "국내의 고금리로 인해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국내 시장 악화되자 서둘러 해외로

국내 카드사들이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자금조달에 적극적인 이유는 부담스러워진 금리 때문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수신) 기능이 없어 주로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국내 채권 시장이 악화되면 카드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달 초 여전채 금리는 AA+ 등급 3년물 기준 3.84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 사용하는 ABS는 담보로 인해 조달 금리가 낮아진다. 특히 국내보다 금리 경쟁력이 있는 해외에서 ABS를 발행하면 더 유리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해외 ABS를 발행한 일부 카드사는 당시 국내 조달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ABS를 발행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여전채 등 기타금융채의 순발행액은 6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한 달간 순발행액이 489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87.5% 급감했다.

또 해외에서의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 창구를 다양화할 수 있고 향후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도 유리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각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 다각화에 대한 고민을 매년하고 있다"며 "해외에서의 채권 발행은 이러한 노력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카드사가 앞서 발행한 채권들의 만기가 점차 돌아오면서 조달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카드사의 자금조달 수단 확대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보유한 채권을 근거로 한 유가증권 발행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시행령은 할부, 리스 등 여전사의 고유업무와 관련해 보유한 채권을 근거로 한 유가증권의 발행만 허용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은 여전사가 보유한 채권을 근거로 한 유가증권의 발행이 가능토록 하는 여전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중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