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무려 200만장 가까이 증가
매몰 비용 절약 등 실적에도 영향
마케팅 통해 휴면카드 이용 유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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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잠자고 있는 휴면카드가 1년 새 200만장 가까이 증가했다. 매년 휴면카드 규모가 늘면서 업계에선 매몰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기존에 있던 휴면카드를 되살려야 카드사들의 비용 절약과 소비자들의 부담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카드사들은 일정 기간 카드 사용 이력이 없는 고객 대상 다양한 혜택과 안내를 제공하면서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휴면카드 부활에 공을 들이고 있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휴면카드는 1442만4000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245만9000장) 대비 196만5000장 늘어난 수치다. 전분기(1403만7000장)와 비교해도 3개월 만에 38만7000장 증가했다.

공시 상 휴면카드는 기준 시점으로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뜻한다. 현금인출과 하이패스 등 부가 기능을 사용하더라도 휴면 상태는 해제되지 않는다. 결국 1400만장이 넘는 신용카드들이 1년 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휴면카드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현대카드로 지난 1분기 220만5000장을 기록했으며 신한카드가 218만8000장으로 2위, KB국민카드도 205만3000장으로 휴면카드 수가 200만장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동안 휴면카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BC카드였다. BC카드는 71만2000매에서 99만3000매까지 증가하며 39.5% 뛰었다.

휴면카드 수가 늘어나면서 카드사가 발급한 전체 카드 수 대비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승했다. 올해 1분기 기준 8개 카드사의 휴면카드 비중은 평균 16.5%로 지난해 같은 기간(15.9%)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실물 카드 발급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증가세는 막기 어렵다"며 "휴면카드를 다시 사용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동 해지 규정' 변경으로 매몰 비용 증가

매년 휴면카드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자동 해지 규정'이 변경된 영향이 크다. 지난 2020년 5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 시행 이후 휴면카드 계약 해지 절차가 변경되면서 고객이 1년 이상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유지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집계에 포함됐고 이는 휴면카드 증가세로 이어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규정이 변경되기 전엔 신용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이용이 정지되고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나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지만 지금은 해지도 되지 않고 무조건 휴면카드로 집계된다"며 "해당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발급되는 카드와 휴면 되는 카드 모두 늘어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카드 이용자들의 소비 여력이 위축된 점도 휴면카드 증가에 한몫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발표한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민간 소비 증가율은 올해 1.6%로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하향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카드사 입장에서 휴면카드는 골칫거리다. 휴면카드가 늘어나면 해당 카드가 실질적인 이용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발급에 투입된 비용이 매몰 비용으로 소진되고 장기적으로는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발급 비용은 3193억원으로 전년(2792억원)보다 14.3% 증가했다. 매 분기 5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매몰 비용으로 소모되면서 업계에선 올해 카드사가 새 카드를 만들며 들이는 비용을 연 2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카드사들은 매년 2500억원이 넘는 발급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PLCC가 늘어나면서 휴면카드도 증가했다"며 "휴면카드가 늘어날수록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매몰 비용이 커져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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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통해 휴면카드 깨우기 집중

결국 카드사들은 자체적인 마케팅을 통해 휴면카드 깨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휴면카드 활성화에 드는 비용이 신규 고객 모집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선 △마케팅 △광고 △모집인 비용 등이 드는 반면 휴면카드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 고객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비용만 있으면 가능하다.

고객들 역시 새로운 카드를 만드는 데 △개인 정보 △본인 확인 절차 △카드 상품 선택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휴면카드 활성화는 간단한 본인 확인만으로 가능해 사용도 편리하다.

이에 카드사들은 일정 기간 카드 사용 이력이 없는 고객 대상 다양한 혜택과 안내를 제공하면서 카드 재사용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최근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3개월 이상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별 맞춤형 웨이크업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하나카드도 휴면 전환 전 캐시백·쿠폰 사용 이벤트를 통해 카드 사용을 유도하고 있고 KB국민카드는 1년 이상 미사용 고객 대상 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서면으로 휴면 거래 정지 예정일과 계속 이용 신청 방법을 정기 안내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고객 과거 소비 이력을 토대로 개인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카드는 자사 디지로카앱에서 △카드 △금융 △쇼핑 △여행 등 다양한 일상생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휴면 신용카드 고객의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마케팅 비용으로만 보면 휴면카드를 살리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며 "휴면카드를 줄이기 위해 많은 카드사들이 지속적인 이용 유도 프로모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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