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와 정상회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앞두고 협력 강화 논의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로 촉발된 네이버의 '라인야후' 사태도 테이블 위에 꺼내놨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회담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한중 회담을 가진 데 이어 곧바로 한일 회담을 가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선 한일 양국이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한 해 각계 각급에서 교류가 많이 늘어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도쿄, 그리고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합의한 대로 정부 간 합의체가 모두 복원됐다"며 "올해도 재무, 산업, 첨단기술 분야에서 고위급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분기 300만명이 양국을 오간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 성과가 착실히 쌓이고 있는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는 한일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는 역사적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총리님과 제가 합심해 준비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이 윤 대통령과 10번째 대면 회담이라고 밝히면서 "대화와 통화 등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는 데 대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셔틀 외교를 지속해 나가자"며 "내년에는 일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양국 관계를 더 도약시키기 위해 윤 대통령과 제가 각각 정부에 지시를 내려 준비를 추진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국제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있는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인태)을 유지·강화하며 글로벌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양국 공조를 한층 더 긴밀화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일 회담에서는 한일 양국의 첨예한 신경전으로 번진 라인야후 사태도 테이블에 올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한일 회담 의제에 라인야후 사태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윤 대통령이 먼저 꺼내 들었다.
라인야후 사태는 지난해 11월 라인야후 개인정보 52만건이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 유출되면서 촉발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에 두 차례에 걸쳐 행정지도를 내리고,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가 네이버로부터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을 뺏으려 한다는 해석이 나왔고, 이는 곧 한일 갈등으로 번졌다. 이 사태는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일단락됐다.
윤 대통령은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양국 간에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총무성의 행정 지도는 한국기업을 포함해서 외국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불변이 없다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총무성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서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잘 소통하며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6개월 만이다. 또한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찾은 것은 셔틀 외교를 위해 방한했던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이다.
이날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부 장관,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윤덕민 주일대사,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모리야 히로시 관방부 장관,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 대사,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외무심의관, 세리자와 키요시 방위성 방위심의관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