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리창 총리와 회담서 협력 강화 모색
한중 외교·안보 대화도 신설…관계 복원 기대↑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갖고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두 정상은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또한 한중 외교·안보 대화를 신설해 다음 달에 첫 회의를 열고, 13년째 중단됐던 한중 투자 협력위원회도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꽁꽁 얼어붙은 한중 관계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회담하며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두 정상은 우선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양측은 FTA 수석대표 회의를 다음 달 초에 개최해 한중 FTA 후속 협상의 동력을 살리기로 했다. 김 차장은 "상품교역 분야의 시장개방을 넘어 앞으로는 서비스 분야, 특히 문화·관광·법률 분야에 이르기까지 양국 교류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양국의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한중 외교·안보 대화'도 신설하기도 했다. 이는 양국의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체로, 첫 회의는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에서는 차관이, 국방부에서는 국장급 고위 관료가 자리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러 군사협력을 언급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지속적으로 위반하며, 이 가운데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수행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나 윤 대통령의 방중 등 정상급 교환 방문 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 계속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경제 분야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1년 이후로 중단된 '한중 투자 협력위원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한국 산업부, 그리고 중국 상무부 간의 장관급 협의체"라고 소개하며 "양국 간 무역, 양국 간 투자 활성화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 더 활발히 투자하고, 또 이미 가 있는 기업들이 보다 안심하고 기업 활동을 펼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제, 그리고 투자 지원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리 총리는 법치에 기반한 시장화를 계속 추진하고, 국제화를 더욱 높여 가겠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두 정상은 원자재와 핵심 광물의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위한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도 출범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한국의) 산업부와 (중국의) 상무부 간 대화체를 만들어 양국 간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한 소통과 창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올해 하반기 제2차 '한중 경제협력교류회'를 열어 양국 기업인과 중앙·지방 정부 관계자 간의 교류와 협력도 촉진하기로 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제1차 한중 경제협력교류회를 연 바 있다. 김 차장은 "양국 기업인들, 그리고 양국 중앙·지방 정부가 직접 교류하면서 서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협의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1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 인문 교류 촉진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로 중단된 양국 청년 교류 사업도 재개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한중 간 항공편과 인적 교류 규모가 회복되고 있는 만큼, 인적 교류도 활성화해 나가자고 했다. 아울러 마약·불법도박·사기(피싱) 등 초국경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국민 안전을 실질적으로 증진하기로 했다.
한편 한중 회담이 열린 것은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회담을 연 지 8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