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자본법 개정 이후 10년만
거래시간 확대·중간가 호가·수수료 인하 등 포함한 운영방안 공개
해외 대체거래소 점유율 10%대 그쳐...실질적 경쟁 위해 점유율 높여야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내년 상반기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면서 자본시장이 처음으로 경쟁 체제에 들어선다. 대체거래소를 운영하는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시간 확대, 저렴한 수수료 등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도 파생시장 거래시간을 야간까지 늘리는 등 대응에 나선 가운데, 넥스트레이드가 출범 이후 영향력을 갖춰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의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가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현재 준비 중이며 금융당국은 관련 법규 개정과 같은 제반 사항을 정비하고 있다.
대체거래소는 증권 유통시장 경쟁 촉진을 통한 자본시장의 효율성, 접근성을 제고하고 투자자의 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내년 상반기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하게 되면 한국거래소 단일시장 체제에서 경쟁체제로 바뀌게 된다.
대체거래소 관련법은 10년 전인 2013년 5월 자본법 개정에 따라 거래소 허가제와 함께 도입됐으나 10년간 인허가 신청을 한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넥스트레이드가 최초로 대체거래소 예비 인가를 받은 것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9일 열린 '대체거래소 운영방안 세미나'에서 대략적인 내년 운영방안을 공개했다.
먼저, 대체거래소의 거래시간은 하루 12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된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프리마켓, 오후 3시 30분부터 8시까지는 애프터마켓으로 해당 시간에는 유동성이 낮은 만큼 지정가로만 거래가 가능하다.
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 호가도 도입된다. 예를 들어, 최우선 매수호가가 1000원이고 최우선 매도호가가 1010원이라면 1005원이 중간가 호가가 되는 것이다. 중간가 호가가 도입되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가격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체거래소는 매매 체결 수수료를 한국거래소 대비 20~40% 인하할 계획으로,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대체거래소의 등장으로 한국거래소와의 비교가 가능한 만큼 증권사들은 최선집행기준을 정한 뒤 이를 따라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거래소를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 이상 호가와 수량, 수수료 등 감안해 총금액 면에서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최선집행기준에 따라 주문이 처리되었음을 증명하는 문서를 증권사에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틀은 한국거래소와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거래소는 업무 기준을 한국거래소 운영규정·세칙과 유사한 내용으로 규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역시 가격변동폭이나 거래정지, 사이드카와 같은 시장조치 등은 한국거래소와 동일하게 적용하며 실시간 적용하겠다고 전했다.
넥스트레이드는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현재 전산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대체거래소가 출범한 직후에는 코스피와 코스닥 구성종목,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상위 종목 등 약 800개 종목을 우선적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해 거래 가능 상품을 증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으로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체거래소의 등장에 한국거래소도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지난 24일 열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정 이사장은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해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미래사업본부는 거래소의 데이터, 인덱스 등을 활용해 사업화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 한국거래소는 파생시장 거래를 야간에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해외 주요 파생상품거래소는 24시간 거래체계 구축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 중으로 한국거래소도 야간까지 거래시간을 늘려 국내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넥스트레이드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한국거래소의 대응으로 경쟁체제의 이상적인 모습이 보이고 있으나 대체거래소 출범 이후 중장기적으로 상호 견제가 지속돼 투자자 이익으로 돌아올지는 의문이다.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더라도 투자자들은 익숙한 한국거래소를 지정해 거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대체거래소들의 점유율은 10%대에 그쳐 여전히 주요거래소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의 대체거래소는 65곳, EU는 무려 142곳에 달하나 20%대를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대체거래소 3곳이 점유율 11%를 기록 중이다.
물론, 대체거래소가 등장하면서 증권 거래시간이 확대되는 등 투자자 편익 제고에 기여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의 실익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에 준하는 점유율을 갖춰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접어들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진입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는 등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라며 "출범 이후 가격 측면의 매력도가 부각된다면 투자자들이 나서서 대체거래소를 찾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