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께 6㎜ 이상 두꺼운 강판인데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공동 발주한 연구를 통해 ‘포뮬러 방식’이란 대안이 제시됐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 후판 가격을 책정하는 이 방식을 두고 양측의 반응은 갈린다. 철강업계는 협의를 거쳐 결정할 사항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포뮬러 방식이 제안된 산업연구원의 ‘철강-조선 산업 상생을 위한 전략적 협력방안 공동 연구 보고서’에선 2009년부터 2022년까지 후판 가격을 분석했다. 스크랩, 철광석, 유연탄 등 공급 원가 측면과 조선업 및 건설업의 경기 상황 등을 고려했다. 조선업에서 사용되는 후판이 수요에 따라 건설용으로도 공급되는 점도 감안했다.
포뮬러 방식을 적용할 경우 정해진 요소를 토대로 후판 가격을 합의할 수 있다. 저렴한 수입 가격이 협상의 기준점이 됐던 종전과 달라진다. 철강사 입장에선 원가에 따라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만 후판 가격의 변동성을 최소화하려는 조선사 쪽에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조선업이 이제 회복기로 접어드는 시점이기 때문에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한 타격은 치명적이란 관측도 깔려 있다. 일각에선 과거 불황기 동안 철강업계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다며 형평성 이슈도 제기한다.
반면 철강업계는 그동안 후판 가격을 정상적으로 인상하지 못한 데 따른 어려움을 토로한다. 손해까지 감수했지만 조선업 경기가 회복된 만큼 현실적으로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판 가격을 둘러싼 오랜 신경전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차세대 선박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야 하는 국내 조선사들 입장에선 전후방 업계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한 자재를 외국 업체들로부터 모두 조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단기간의 수익성에 얽매여 중장기적인 공생에 소홀해진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