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친윤' 정점식 거취 놓고 일단 속도조절
당내 갈등 기류…친윤 '탕평' vs 친한 '실리'
일각 "친윤 대 친한 주도권 줄다리기 시작"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당직 인선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거취 문제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친윤계에선 당헌·당규상 '유임'을,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관례상 '교체'를 주장하며 맞서는 형국이다. 당내 주도권 줄다리기로 인해 한 대표가 '탕평'과 '실리' 사이 딜레마에 직면했단 평이 나온다.
29일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정 의장의 거취를 둘러싼 친한계와 친윤계의 갈등 기류가 감지되는 만큼 정책위의장 인선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임명된 지 2개월 된 정 의장을 친한계 인사로 교체할 경우 계파 갈등의 불씨가 확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지도부는 3(친한) 대 5(친윤) 구도로 힘의 무게추는 친윤계로 기울었다. 한 대표가 지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친한계 인사라고 전제해도 '친윤 과반' 지형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한 대표가 당 운영의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쥐기 위해선 친윤 인사인 정 의장의 교체가 필수적이지만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온 '정점식 유임론'이 사실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 친윤 "1년 임기" vs 친한 "대표 임면권"
당장 당대표에게 임면권(임명 및 해임 권한)이 있지만 동시에 임기가 1년으로 규정돼 있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당헌·당규 해석 논란이 인다. 친윤계는 정책위의장의 '임기 1년'을 들어 유임론에 힘을 실은 반면 친한계는 '대표의 임면권'을 강조하며 정 의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황우여 비대위'에서 임명된 정 의장이 한동훈 체제에서 스스로 물러서는 모습이 바람직하단 입장이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한 대표 측은 당헌·당규에 대표가) 당직 임면권이 있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당직에 대해 임면권이 있는지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당헌·당규의 최종 해석자인 상임전국위원회에서 해석을 받자”고 주장했다.
친한계 정광재 전 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2021년 당헌·당규 개정 이후 다섯 분의 정책위의장이 모두 지도체제가 바뀔 때마다 사의를 표하고 이후에 재신임을 받거나 새로운 인물로 교체됐다”며 “정책위의장의 임기 1년을 보장한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규정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는데, 정 의장도 재고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라며 물러날 것을 압박했다.
◇ '친윤 대 친한' 주도권 줄다리기
현 주도권 다툼을 전당대회에서 격화된 계파 갈등의 여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통상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정책위의장도 새롭게 선출돼 왔지만, 친윤계가 한 대표에 힘을 실어주지 않는 모습이 연출되면서다.
정 의장의 거취 명분을 놓고 '당헌·당규 해석' 논쟁이 계파 간 대결 구도에 의해 벌어졌단 점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 흠집'과 친윤계의 '알박기 논란'은 동시에 불거질 전망이다.
여당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벌써 (친윤계와 친한계) 줄다리기를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이 의원은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저는 한 일주일 정도 후에 샅바 싸움이 있을 줄 알았는데, (한동훈 체제) 시작과 동시에 된 것 같다"며 "한 대표가 참교육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의장이) 사의 표명 안 해도 그냥 임명해버리면 땡"이라며 "(정 의장이 사퇴하지 않는 것은) 참 특이하게 초반 기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대표는 이날까지 박정하 비서실장과 서범수 사무총장의 당직 인사를 발표했다. 비교적 색채가 옅은 인사로 꼽히는 인사로 원내 세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관심이 모였던 정책위의장 인선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유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침묵을 유지했다. 한 대표 지지자들이 정 의장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퇴하라'는 댓글을 단 것에 대해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고 했다. 이를 두고 유임 의지를 에둘러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 경남 통영·고성의 3선 의원인 정 의장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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