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암모니아 운반선(VLAC)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 행진이 매섭다.
국내 조선사들의 물량 포화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싱가포르와 일본의 선사들이 한국보다 중국 조선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쟝난조선은 최근 싱가포르 잘디로부터 VLAC 2척을 수주했다. 중국 양쯔장조선은 지난달 증설을 발표한 후 일본 니센 카이운에서 VLAC 4척을 수주했다.
양쯔장조선은 일본 수주에 유리하단 평가를 받는다. 일본 미쓰이물산 등과 ‘장수양쯔미쓰이조선’을 운영 중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쉬핑(EPS)도 중국 조선사들의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VLAC 발주가 쏟아졌다.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24척의 VLAC를 수주했다. 역대급 호황에 선박을 건조할 공간이 꽉 찼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따라 VLAC 수주가 지속될 전망이다. 선사들은 국제해사기구(IMO)와 유럽연합의 각종 탈탄소 규제에 둘러싸여 있다. 내년엔 ‘Fuel EU Maritime’ 규제까지 추가된다. 규제의 압박을 고려했을 때 2030년을 기점으로 VLAC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이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격차를 좁히는 양상이다. 막대한 규모의 내수는 물론 일본 및 싱가포르 시장의 움직임이 중국에 호의적인 것이 변수로 꼽힌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관한 중국과 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싱가포르 선사들은 중국 쪽으로 VLAC 발주를 늘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협력조선소가 있는 것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조선사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에서 소화하는 물량이 있다 보니까 버틸 수 있는 힘이 강하다. 경쟁력을 위해선 기술 격차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 조선사들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에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시키고 추가 발주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김기동 딜로이트 컨설팅 상무는 “중소 규모 조선사에도 VLAC 건조 역량이 있었다면 중국 조선사가 가져간 물량을 우리가 수주할 수도 있었지 않겠냐”며 “국내 대기업에 비해 중견이나 소규모 조선사는 약하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