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승인됐다. 이로써 오는 11월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공룡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단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합병계약 체결 승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결과, 참석주주 85.75% 찬성률로 합병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안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참석한 외국인 주주들의 95%가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사업의 확고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가기 위해 두 회사가 합병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합병으로 재무구조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SK이노베이션은 1조9039억원 영업이익을, SK E&S는 1조3317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만 오는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원 달성이 목표다. 향후 재무구조가 안정되고 신규 사업 수익이 확대되면 배당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투자 부담으로 그간 외부자금 조달을 늘려오면서 채무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반면 SK E&S는 LNG발전·도시가스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사업안정성과 현금창출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사 SK㈜에도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왔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이익 창출도 기대된다. E&P사업, 원유·석유제품·LNG 트레이딩,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와 자산 효율화가 가능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의 주력 부문인 정유, 화학, 2차전지에 발전 부문 등이 더해졌다"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고 영업 현금 창출력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인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과 합병한다. 이를 통해 수익성 및 유동선 개선을 이뤄내겠단 계획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트레이딩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매출액 37조원, 영업이익 403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석유제품 탱크터미널 회사인 SK엔텀도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19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SK온은 설립 이후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현금성 자산과 SK엔텀 영업 실적이 SK온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는 회사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배당 수익 기반 현금 흐름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지배지분율이 높아짐에 따라 지분가치 상승 가능성도 있지만, 배당 수입 기반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 E&S,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로부터의 배당 수입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SK㈜의 주요 수익기반을 흔들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SK E&S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로부터의 경상적인 배당은 연평균 3000억~3500억원에 이른다. 

또 SK㈜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 SK㈜ 순차입금 규모는 1분기 별도 기준 11조원대다. SK㈜는 주요 수익기반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 수입이 감소할 경우 자체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의 장기적인 안정과 성장의 토대가 될 이번 합병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며 "합병 완료 이후 다양한 주주친화 정책을 적극 검토해 실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