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경영 성공하며 상반기 양호한 성적표
순이익 증가했지만 연체율 개선은 숙제
매각 앞둔 롯데카드는 하반기 반전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장기화에도 '실속 경영'에 성공한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방어에 성공하면서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증가한 카드사들은 연체율이란 숙제를 직면하고도 현재 실적에 환호하는 모양새다.

다만 실적 개선에 성공한 여느 카드사들과 달리 롯데카드만 상반기 순익이 급감하면서 연내 매각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평가 논란 속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매각 난항이 예상되지만 조달비용 안정화, 해외 자회사 흑자 전환 등 실적 반등의 계기가 충분한 만큼 하반기 롯데카드의 반전도 기대된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전업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지배기업주주지분 기준)은 총 1조522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조4469억원) 대비 5.19% 증가했다.

카드사별로 보면 카드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20% 증가한 37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 순이익은 2906억원에서 3627억원으로 25% 늘었다. KB국민카드 순이익은 33% 성장한 2557억원을 달성했고 현대카드 순이익은 4.1% 증가한 1637억원을 기록했다.

만년 하위권 카드사로 어려움을 겪던 하나카드는 전년 대비 61%가 성장한 116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비씨카드는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이 289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971억원을 기록하며 236% 증가했다. 우리카드 역시 838억원의 달성했지만 증가율이 2.3%에 그쳤다.

반면 롯데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급감했다. 롯데카드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05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28억원으로 79.5% 줄었다. 지난해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순이익 감소율은 41.7%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 비용 증가라는 어려움 속에도 카드사들이 긴축 경영을 이어가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며 "연체율 개선까지 이뤄낸다면 올해 실적은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이자 비용 효율화

업계에선 카드사가 이러한 호실적을 거둔 이유에 대해 마케팅 기조 변화와 이자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최근 카드사들은 주요 영입 비용의 효율화를 통해 내실 성장을 이어가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실제 일부 카드사의 경우 국내 및 해외 취급액 증가, 연회비 수익 증가 및 모집·마케팅 효율화를 통해 순이익이 증가하기도 했다.

매출에 해당하는 영업수익도 1년 전에 비해 약 8% 늘어난 13조9748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사 수익은 신용판매 수수료 수익과 현금서비스·카드론·할부금융 및 리스 등을 통한 이자수익으로 구성되는데 온라인·여행부문 결제 증가와 급전 수요가 지속되며 매출 확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황 악화가 지난 몇 년간 계속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과정이 이어졌고 실적으로 보여졌다"며 "당분간은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자 비용 효율화가 카드사의 수익성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롯데·우리·현대카드의 경우 이자 비용 증가율은 30% 안팎이었지만 반대로 큰 성장 폭을 보인 비씨·삼성카드는 이자 비용 증가율이 각각 0.2%와 4%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상반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치솟고 있는 연체율은 아직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카드사 8곳의 지난 6월 말 기준 실질 연체율은 1.76%(산술평균)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1.85%)보다 안정됐지만 1.4~1.6%를 기록하던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값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 수준이면 대손비용 등으로 실적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이자 비용 증가 폭을 억제한 카드사 위주로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롯데카드.
사진=롯데카드.

◇ 롯데카드, 매각 앞두고 실적 빨간불

숙제는 남아있지만 실적 개선에 성공해 숨을 고른 카드사들과는 달리 롯데카드는 상반기 순익이 급감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매각이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의 순이익은 79.5%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1조46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비용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순익이 악화됐다. 롯데카드의 영업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1조131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3940억원으로 23.2% 증가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2022년 4월 롯데카드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매각 희망가로 3조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시장에서는 3조원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매각 작업이 늦어지는 가운데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시장에선 롯데카드의 연내 매각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다만 롯데카드는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조달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달구조 최적화, 신규 조달 금리 인하, 베트남 자회사 흑자 전환 등으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