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비용 TF 진행했지만 올 연말로 재산정 미뤄
업계선 내년에도 수수료율 인하 가능성 예상
재산정 주기 늘리거나 적격비용 없애자는 주장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금융당국이 향후 가맹점 카드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불만은 점차 커지고 있다. 카드사의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원책을 통해 인하 여력을 키우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지만 카드사들은 이미 0%대를 찍은 수수료율이 더 낮아질 경우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고 토로했다.
전문가들도 무작정 수수료율만 낮추기보단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업계의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0일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열고 카드업계·가맹점단체·소비자단체 등과 신용카드업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드업계의 이목이 가장 집중됐던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은 올 연말로 미뤄졌다. 적격비용은 카드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 산정한 영업원가다.
금융위 관계자는 "적격비용 산정주기 등에 대해서는 연말 적격비용 재산정 과정을 통해 적격비용 절감 가능성 및 인하 여력 등을 살펴보고 결정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마다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해 왔다. 이 기간 연 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우대수수료율 적용)의 카드수수료율은 2012년 약 4.5%에서 2022년 0.5%로 10년 새 4.0%포인트 하락했다. 카드사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이 전체의 97%에 달한다.
이번 TF를 통해 적격비용 재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업계에선 내년 카드 수수료율이 또다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금융위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시행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 수수료율을 올리지 않았다. 금융위는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후 같은 해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변경된 수수료율을 이듬해부터 바로 적용할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TF를 통해 방안을 듣는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의 의견은 수수료 인하로 모아졌다"며 "소상공인 등 민심을 고려하는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카드사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0%대 수수료율, 더 이상 낮출 수 없어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한 수수료율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카드사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낮출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10년간 꾸준히 수수료율을 인하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조달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카드사들의 설명이다.
수수료율이 추가로 내려가면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은 더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8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수익은 8조1023억원으로 수수료율이 현재 수준으로 조정되기 전인 2021년 7조7024억원에서 5.2%만 증가하는 등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수익 성장은 점점 둔화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0%대인 수수료율을 더 줄이면 결국 카드사는 본업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카드 결제가 늘어도 수수료율이 내려가면서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금액은 더디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본업 대신 카드론 등 대출 부문을 통해 수익을 벌충해 왔지만 대손리스크가 불거지자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췄고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나 무이자할부 등과 같은 고객 혜택이 축소되면서 피해는 고객에게 돌아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정적인데 그 안에서 또 수익을 줄이면 결국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줄어들게 된다"며 "수수료율을 높이는 게 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대안에도 수수료 인상이 해결책
금융위는 이러한 카드사의 불만에 대해 △카드사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 △가맹점 대금지급 주기 단축 △가맹점수수료율 인상 시 사유 공지·이의제기 채널 구축 △특수가맹점 선정기준 개선 등을 통해 인하 여력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에서 사용되는 금액을 최대한 줄여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
그럼에도 카드업계는 비용 절감이 해답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당국의 제안을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명분 쌓기용으로 봤다. 카드사 관계자는 "원가를 낮춰 수수료율을 인하하라는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수수료율을 동결하거나 올리면 되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수수료율을 또 낮추기보다는 그간 카드사가 주장했던 수수료율 적격비용 산정 주기 5년 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밝혔다.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바꿔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의미다. TF 역시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무산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부담 완화 등 적격비용 제도 도입 취지를 달성한 상황으로 적격비용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며 "단순히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조정하는 등의 방식만으로는 카드사의 적자를 악화시키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기에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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