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공사비 이견으로 시공사와 결별
광주·부산 등 지방사업장도 시공사 계약 해지 속출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전국 재건축‧재개발사업 현장에서 시공사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공사와 계약 해지 수순을 밟는 곳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3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결별 후 새로운 시공사를 찾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일대에 위치한 은행주공은 총 2010가구 규모로, 재건축 이후 32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지난 2018년 12월 시공사로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사비를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간 이견이 심화됐다.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3.3㎡당 공사비는 659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공사기간을 51개월로 연장해달라며 요청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 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고, 지난해 9월 시공사 계약해지를 위한 조합원 투표를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이후 조합은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을 했으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결국 계약해지로 이어졌다.
조합은 지난 6월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착수했다. 6월 말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부문 △호반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우미건설 △제일건설 △효성중공업 등 13개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서는 두산건설 한곳만 참여해 유찰됐다.
조합은 다음달 2일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오는 10월 28일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시공사 교체 움직임은 지방 정비사업장까지 확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신가동 재개발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롯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한양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이 사업은 광주 광산구 신가동 일원에 공동주택 51개동, 4718가구와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 규모가 약 1조8000억원으로 광주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은 철거 완료 후 착공을 앞둔 상황에서 불거졌다. 당시 일반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조합은 3.3㎡당 평균 2450만원을, 시공사는 3.3㎡당 평균 2186만원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일반분양가를 낮춰야 미분양 위험을 줄이고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시공사 측의 주장이었다.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조합 측과 사업성을 개선하려는 시공사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결별을 선언했다. 조합은 오는 11월 23일 기존 시공사 해지와 함께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산시민공원 촉진4구역 재개발조합도 공사비를 둘러싸고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촉진4구역 재개발사업은 지하 5층~지상 48층, 3개 동, 공동주택 849세대를 짓는 사업이다. 2016년 6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주 당시 3.3㎡당 공사비 449만원, 총공사비는 1551억원 규모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4월 조합에 3.3㎡당 공사비 1126만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난 2016년 체결한 공사비 449만원에서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주 당시보다 현재 물가가 급격히 상승한 점을 공사비 증액 이유로 들었다.
이후 조합은 시공사와 수차례 공사비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과 계약 해지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