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 불황에 3년째 영업적자…베트남 법인 채무잔액 2조원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효성화학 부채비율이 17만%까지 치솟았다. 통상 양호한 부채비율 수준을 200% 이내로 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효성화학은 자사 캐시카우인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100% 매각 등 재무 건전성 회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올 2분기(6월 말) 기준 효성화학 부채비율은 17만6703%로, 직전 분기(3485%) 대비 17만3218%포인트 급증했다. 2021년 말 500%대에서 2년6개월 만에 약 20배로 폭증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 화학제품이 주를 이룬다. 지난 2019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폴리프로필렌(PP) 업황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실적 발목을 잡았다.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칼) 적자 규모가 불어나면서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잇따라 채무보증을 한 것도 재무건전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효성화학은 지난 5일에도 효성비나케미칼에 534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86.34% 수준으로, 기간은 오는 15일부터 내년 9월14일까지다. 지난 2일에도 효성비나케미칼에 1134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효성화학은 10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2분기 연결기준 507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분기에도 348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적자 규모가 커지며 자본잠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을 뜻한다. 현재 효성화학 자본총계는 189억4462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3조3475억원에 달한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지난 7월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상반기 석유화학 신용등급 정기평가'를 통해 효성화학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효성화학 회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 2월 지주사 효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영구채는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성화학이 발행한 영구채 표면이자율은 8.30%이고 발행일로부터 2년 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최초 이자율에 연 3.5%, 5년 이후엔 4.5%, 10년 뒤엔 5.5% 금리가 추가 가산되는 구조다. 그만큼 부담이 큰 방식이다.
영구채는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부채의 일종이지만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거나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발행사에 있다는 특성 때문에 회사채와는 다르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에 효성화학은 캐시카우인 특수가스 사업부 지분 100%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상세 실사를 마친 상태다. 매각가는 1조2000억원대로 전해진다.
단순 계산으로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가 1조2000억원을 자산으로 포함한다면 부채비율은 175%로 낮아진다. 재무건전성 회복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또 지난 5월 효성비나케미칼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 애드녹과 공동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다만 장기적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석유화학 시황이 안갯속으로 전망되면서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점진적 수요 개선을 기대했으나, 좀처럼 시황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중국 내 소비 회복세도 얼어붙은 탓이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 위축이 지속될 전망되면서 효성비나케미칼 흑자 전환도 불투명하다.
효성비나케미칼 주력 생산제품이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PP는 효성화학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생산시설 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제품 중 하나다.
특히 중국 정부는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PP 증설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 경제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PP 증설 물량은 655만톤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에틸렌 등 일부 제품 증설 규모 축소에도 여전히 중국발 공급부담이 과중함에 따라 업황이 더디게 개선될 전망"이며 "중국의 경기부양책 시행 이후 수요 회복이 기대되지만 중국 자급률 제고로 국내 업체 수혜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이 자산 매각과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 확충을 시도하고 있으나, 석유화학 업황의 불확실성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재정 건전성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