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자 확보가 관건…소수 지분 매각 가능성도
베트남 법인 적자·높은 금융비용 부담 가중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효성화학이 재무구조 개선 카드로 꺼내든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협상이 결렬되며,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연이은 적자로 인해 재무 상태가 악화되는 가운데 효성화학은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해 매각을 지속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스틱인베스트먼트·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 컨소시엄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했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지 약 4개월만이다.
효성화학은 "우선협상대상자와 특수가스 사업 매각 계약 체결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상호 합의에 이르지 못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철회했다"며 "특수가스사업 매각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효성화학과 컨소시엄은 지난달 중순 1조1700억원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로 협상이 최종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화학은 새로운 투자자들을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인수 의향을 밝혔던 투자자로는 IMM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노앤파트너스 등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있다. IMM크레딧솔루션(ICS)과 글랜우드크레딧 등 크레딧 펀드도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KB자산운용, 스톤브릿지·BNW인베스트먼트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소수 지분 매각도 대안으로 꼽는다. 당초 효성화학 매각 대상은 경영권을 제외한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49%였다. 물적분할을 통해 자회사로 분리한 뒤 경영권 제외 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협상 실패로 매각 방식의 유연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화학, 매각가 못 낮춰…왜?
효성화학 재무 상황은 악화일로다. 높은 부채비율, 차입금 확대 등이 원인이다. 특히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칼)의 설비 증설과 투자 비용 증가로 손실 규모가 커진 영향도 크다.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효성화학은 11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3분기 연결 기준 26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직전 분기에도 507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효성화학은 폴리프로필렌(PP)과 테레프탄산(TPA), 필름(PET·나일론·TAC필름), 삼불화질소(NF3) 등 화학제품이 주를 이룬다. 2019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폴리프로필렌(PP) 업황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효성비나케미칼의 적자 규모가 불어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시기다.
자본잠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자기자본(자본총계)이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을 뜻한다. 현재 효성화학 자본총계는 325억원인 반면 부채총계는 3조1781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부담도 커졌다. 올 3분기 기준 유동부채(1년 내 상환)는 2조8182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1475억원) 대비 31.2% 증가했다. 매 분기마다 금융이자만 630억원이다. 부채비율 역시 9799.30%로 치솟았다. 지난해(4934.63%) 말 대비 4844.6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통상 기업의 양호한 부채비율 수준을 200%로 본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잇따라 채무보증을 선 것도 원인이다. 효성화학은 지난 5일 효성비나케미칼에 205억원 규모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33.24% 수준이다. 지난 10월에만 무려 4건(1086억원)의 채무보증을 공시한 바 있다.
김호섭 한신평 연구위원은 "2022년 이후 이익창출력이 악화한 가운데 베트남 공장 신축 및 생산 설비 증설 투자가 이어지며 연결 순차입금이 올해 9월 말 기준 2조5521억원까지 확대됐다"며 "수차례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지표가 큰 폭으로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도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를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신평은 "차입금 증가와 장기간의 누적 손실 등으로 미흡한 재무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만기 구조가 단기화하는 등 유동성 대응 부담도 점증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효성화학 회사채 신용등급을 'A0'에서 'A-'로 한 단계 내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방안들의 조속한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연될수록 실적 부진 지속과 유동성 대응 부담 확대 등으로 신용도 하향 속도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