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구조안전성’ 비중 낮춰
준공 30년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추진…노후단지들 재건축 ‘가속페달’

서울 강북구 번동주공4단지 전경.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서울 강북구 번동주공4단지 전경. 사진=카카오맵 로드뷰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 노후 단지들이 잇따라 안전진단 문턱을 넘으며 재건축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번동주공4단지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지난 1991년 준공된 번동주공4단지는 최고 15층, 8개 동, 900가구로 이뤄져 있으며, 지난 2022년 말 예비안전진단 통과 후 2년여만에 재건축 신호탄을 쏘게 됐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현지조사),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등 세 단계 절차를 거친다. 안전진단 등급은 5단계로 나뉜다. A~C등급은 유지·보수등급으로 재건축을 할 수 없고,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E등급은 별도의 절차 없이 재건축이 확정된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창우성1‧2차와 삼천리아파트도 재건축 추진이 확정됐다.

강서구는 지난 10일 ‘재개발‧재건축 전문가지원단’ 자문회의를 열고, 적정성 검토 여부 판정 등을 통해 이들 단지들의 재건축 시행을 최종 결정했다.

이들 아파트는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노후된 공동주택단지들로, 열악한 주차환경과 단지 내 노후 시설 등으로 주민들의 재건축에 대한 열의가 높은 곳이었다.

이에 강서구는 이들 단지의 재건축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재개발‧재건축 전문가 지원단’을 운영하고, 안전진단 비용을 무이자로 지원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안전진단 용역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서울 노원구 상계임광아파트는 이달 초 노원구청으로부터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E등급(42.1점)을 통보받았다. 노원구 상계동 694번지 일대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지난 1989년 준공돼 올해로 준공 36년 차를 맞은 단지다.

서울 동작구 사당대림아파트도 최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첫발을 뗐다.

사당대림아파트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원에 위치한 단지로 지상 최고 15층 12개  동, 총 1152가구 규모다. 지난 1990년 준공된 단지로 올해 준공 35년차를 맞았다. 이미 재건축가능연한(30년)을 넘긴 상태로 추진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추진위는 조합 설립 후 정식 안전진단을 거쳐 재건축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처럼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는 것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크게 낮췄다. 안전진단 통과에 큰 영향을 줬던 구조안정성 비중을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환경 비중(15%)과 설비노후도 비중(25%)은 각각 30%로 상향한 것이 골자다.

공공기관이 실시하던 적정성 검토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기는 방식으로 완화했다. 조건부 재건축 시 의무적으로 시행해온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생략하고, 지자체가 요청할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공공기관이 적정성 검토를 진행한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1월 입주 30년 이상 된 단지에 안전진단을 사실상 면제해 주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발표한 바 있다. 안전진단 없이 정비구역 입안 및 조합 설립 동시 추진을 허용하되,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다만 이는 법제화가 뒤따라야 하는 부분으로, 야당의 협조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안전진단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인위적인 재건축 규제수단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안전진단 규제 완화 이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업이 활성화되면 불안한 주택 공급 상황에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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