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은 전 대표 등 받은 CB를 디엔에이링크 자회사 주식과 교환해 양도
'96억 국민비투멘' 79억에 매각…엘앤씨바이오도 15억에 헐값 매각
배임 의혹속 '사실상 디엔에이 지분 활용해 디엔에이 인수' 희한한 거래

[데일리한국 김병탁 기자] 오르비텍이 디엔에이링크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잔금을 자신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로 납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엔터미디어가 디엔에이링크의 지분을 매입한 바 있는데, 당시에도 무자본 지분 취득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 디엔에이이링크 자산 양도 통해 인수자금 대납

1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지난 7월 30일 회사가 보유한 국민비투멘(8만3200주)과 엘앤씨바이오(4만9870주) 주식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94억원 규모의 오르비텍 7회차 CB를 취득했다.

이에 앞서 오르비텍은 지난 5월 이종은 전 디엔에이링크 대표와 엔터미디어가 가진 디엔에이링크의 지분 159만9477주를 123억원에 취득했다. 이중 21억원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7회차 CB(102억원)를 발행해 대납했다.

따라서 디엔에이링크가 오르비텍 7회차 CB 대부분을 취득하면서, 오르비텍이 모든 잔금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 즉 디엔에이링크가 보유한 자산(국민비투멘·엘앤씨바이오 주식)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오르비텍이 디에에이링크의 지분을 취득한 셈이다. 사실상 무자본 인수라고 볼수 있는 여지가 크다.

◇ 국민비투멘·엘앤씨바이오 인수금액 평가 못받고 헐값에 팔아

이번 오르비텍의 7회차 CB 취득을 위해 이종은 전 디엔에이링크 대표와 엔터미디어에 양도한 두 회사의 지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매각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국민비투멘 지분의 경우 지난 2022년 96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매각 시 평가금액은 79억원으로 투자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국민비투멘은 아스팔트와 유황을 주로 수출하는 해상화물운송업체로, 인수 당시 바이오기업인 디엔에이링크와 관련 없는 사업을 인수한다며 주주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특히 국민비투멘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47억원과 70억원의 영업손실을 겪은 회사로, 투자가치가 없다는 평가가 컸다.

이에 대해 디엔에이링크는 사업다각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적 역시 투자 이후 턴어라운드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디엔에이링크가 예고한 대로 국민비투멘의 영업이익은 2022년 3억원, 2023년 2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각 당시 평가금액은 79억원으로, 인수 이후 흑자 전환에도 불구하고 인수금액도 받지 못하고 매각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인수대금을 치르기 위해 알짜 회사를 헐값에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엘앤씨바이오 역시 흑자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인수 금액에도 훨씬 못 미치는 평가금액으로 양도됐다.

엘앤씨바이오는 생명공학 관련 기자재 및 시약판매 회사로, 디엔에이링크가 지난 2018년 35억원에 인수한 100% 자회사였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매출액은 36억원과 49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당기순이익도 2022년 5000만원 적자에서 2023년 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매각 당시 평가금액은 15억원으로, 인수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한 엘앤씨바이오의 자기자본은 2023년 기준 23억원이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엘앤씨바이오의 경우 비상장사인 점을 감안해도 흑자회사를 자기자본보다 못한 평가가격에 매각한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비투멘의 경우 2023년 기준 자기자본이 2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비중(40%)만큼 평가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역시 인수 이후 흑자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경영권을 어떠한 프리미엄도 없이 넘긴 셈이다”라고 말했다.

◇ 엔터미디어, 지분 참여 당시에도 ‘무자본’ 인수 논란

이러한 CB를 활용한 무자본 인수 논란은 현 최대주주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전 최대주주였던 이종은 대표 때에도 일어났다.

이종은 대표의 경우 지난 2022년 3월 디엔에이링크와 엔터미디어의 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같은 해 5월16일 엔터미디어가 발행한 4회차 CB(60억원)에 투자하는 것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5월17일 엔터미디어가 디엔에이링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1억원의 지분을 취득했다.

오르비텍이 디엔에이링크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엔터미디어가 디엔에이링크의 자본을 활용해 디엔에이링크를 취득한 셈이다. 이때 당시에도 무자본 인수가 아니냐는 비난이 일었다.

또한 이번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이종은 전 대표와 엔터미디어의 경우 디엔에이링크의 알짜 계열사인 국민비투멘과 엘앤씨바이오의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취득하며 상당한 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다른 일반투자자의 경우 디엔에이링크에서 발생한 투자손실로 인해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일부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 대주주의 배임 가능성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데일리한국은 이에 대한 디엔에이링크의 답변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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