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간이 양말 속에 묻어있다. 안 해도 그만일 수 없는 고단한 삶. 양말을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이젠 쉴 수 있게 되었다고 발은 긴 숨을 내쉰다. 하루의 먼지를 씻어낸다. 긴장하며 흘렸을 이마의 땀방울과 등의 땀 냄새를 흔적으로 남긴 채.
아침마다 발목을 바짝 잡아당겼다, 마음을 다잡으려.
그래도 발목에 햇살이 들어오게 된 것은 내 목이 늘어난 덕분일 거라며
양말은 웃음 짓는다.
벗어놓은 양말이 누군가의 발 모양을 닮아간다. 아니 한 사람의 삶이 그려진다. 평범한 이의 치열한 그림이라 더 애틋하다. 양말 두 짝의 삶이 엄숙하다.
◆김경혜 주요 약력
△서울 출생 △<계간수필> 등단(2020) △컴퓨터 잡지사 기자 근무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전공 △수필집 '발칙하고도 외로운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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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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