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산오류로 실명 검색돼"…당초 해명과 '배치'
"게시판은 홍보국 관할, 이름·IP주소등 확인가능"
"의총서 계파충돌…김여사특검법 규탄대회 무산"
"尹 비방글 논란, 선제적 해결하자"…韓은 침묵중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의혹이 여권의 새로운 뇌관으로 부상한 가운데, 논란이 된 당원 게시판의 '작성자명 검색 기능'은 일시적 오류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전산 오류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당의 해명과 배치되는 셈이다.
20일 데일리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서 작성자 이름은 성을 제외하고 익명 처리되지만, 작성자명 검색 시 해당 명의로 적은 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익명의 제보자는 이날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예시로 '홍길동' 이름 검색 시 '홍**'으로 표기된 채 홍길동 명의(동명이인을 포함)로 작성된 모든 글이 보여지는 시스템이었다"며 "한 사람이 수백 건의 글을 게시했다는 논란도 이 때문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당원 게시판 작성자명 검색 기능은 논란 이후 제한된 상태다.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도 삭제됐다.
이번 '당게 사태'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장인, 장모, 배우자, 딸 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글이 수백 건 올라온 게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글 중에는 "건희(김건희 여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등 원색적인 표현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한 대표와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한 대표 '가족' 명의 글에 대한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으면서 여론조작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국힘판 드루킹' 또는 '제2의 혜경궁'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당 지도부는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올라온 글 역시 동명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만 글을 적을 수 있다. 이를 관리하는 부서는 당 홍보국으로, 홍보국장 등 관련 당직자가 게시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신원과 IP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국민의힘에 당원 게시판 서버 자료를 보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수위 높은 비방 내용도 문제지만, '가족 댓글팀'을 꾸려 조직적 여론조작에 나섰을 가능성을 더 문제 삼는 분위기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처벌받은 '드루킹 범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친한(친한동훈)계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당법상 당원 신상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데다가, 비판글 자체에 위법성을 따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비판)하라고 만들어놓은 익명 게시판인데 대통령에 대한 비판글이 있었다고 해서 당무감사를 하라는 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게 잘못된 것이냐"고 반문했다.
여권 내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 대표는 지난 14일 "없는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이후 관련 질의에 일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당원 게이트 논란을 하루빨리 마무리 짓지 않으면 민심을 얻을 기회를 '실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번지고 있다.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는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계가 강하게 충돌했다. 친한계 의원들이 의원총회에서 중도 퇴장하면서 야당발 '김건희 특검법'을 겨냥한 국회 로텐더홀 규탄대회 일정은 돌연 취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예상치 못한 암초에 '대야공세'마저 흐지부지 흘러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맞물려 여권이 어느 때보다 '대동단결'해야 할 시기"라며 "당무감사 여부를 떠나 한 대표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드러난 문제와 국민들의 우려 지점에 선제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한 대표의 말처럼 야당의 역공 빌미가 되기 전 이 문제도 그렇게 돌파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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