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위법있다면 경찰수사로 드러날 것"
경찰 "서버 보존" 요청…與 "협조 의무 없어"
"정당법 따라 당·경찰, 당원 명부 확인 못해"
경찰 조사로도 韓가족 개입 파악 불가 전망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국민의힘이 한동훈 대표의 가족 명의로 작성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 논란과 관련, 경찰에 당원 정보를 넘기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한 대표의 가족이 실제 비방글을 작성했는지에 대한 진위 여부는 끝내 드러나지 않을 전망이다.
21일 데일리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당원 정보는 협조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당원 게시판 서버를 당 차원에서 보존하는 것과 당원 신상을 경찰에 넘기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라며 "정당법에 따라 범죄 사실이 드러나지도 않은 사안에 '당원 정보를 보여달라'고 강제할 수도 없고, 당원 명부를 넘겨준 전례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의 가족이 실제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한 글을 적은 것인지 알기 위해선 '당원 명부' 확인이 관건인 셈인데, 애초 범죄 성립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당원 정보를 경찰에 넘길 의무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정당법에 따르면 당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요청을 제외하고는 당원 명부 열람을 강요당할 수 없다. 범죄 수사와 관련한 당원 명부 조사를 위해선 법관이 발부하는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비방글 작성자에 대한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경찰이 조사에 나서더라도 '당원 명부에 관하여 알게 된 사실'은 누설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위법이 있다면 당연히 철저히 수사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당원 명부' 협조 없이는 경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얼마 전 제가 다른 민생 질문 받으면서 지나간 걸 갖고 마치 이 질문을 회피하는 것처럼 (영상을) 만들어 돌리는데,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지금 변화와 쇄신, 민생을 약속한 상태고 그걸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는 부인 진은정 씨를 비방글 작성자로 특정하는 일각의 주장 등에 대한 물음엔 즉답을 피했다.
당 관계자는 "당원 명부를 경찰에 넘기지 않는다는 것은 논의할 가치도 없는 당연한 조치"라며 "만에 하나 의혹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위법성을 증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무감사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증거부족으로' 미궁 속으로 빠진 '혜경궁 김씨' 의혹처럼 마무리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부인으로 의심됐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은 지난 19대 대선을 전후해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막말을 반복 게시해 논란이 됐지만 사실상 '증거 부족'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친윤(친윤석열)계가 연일 한 대표에게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원 게시판 논란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 대표가 가족 개입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주지 않으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친한계 "당무감사 불가능" 고수
친한(친한동훈)계 역시 일각의 당무감사 주장에 대해 정당법을 근거로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당원 신상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데다가, 비판글 자체에 위법성을 따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전날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나 여사를 비판하는 게 잘못된 것인가. (비판)하라고 만들어놓은 익명 게시판인데 대통령에 대한 비판글이 있었다고 해서 당무감사를 하라는 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했고,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도 KBS라디오에서 "한 대표 가족들이 진짜 본인들이 등록해서 쓴 것인가 아닌가는 수사 결과가 곧 드러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와 장인, 장모, 배우자, 딸 등의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 글이 수백 건 올라온 게 드러나면서 촉발됐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실명 인증을 거친 당원만 글을 적을 수 있다.
'한동훈' 이름으로 작성된 글 중에는 "건희(김건희 여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등 원색적인 표현이 담겨 파문이 일다. 당은 즉각 "한 대표와 동명이인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가족 명의의 글 실체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당은 논란이 된 글을 당원 게시판에서 삭제한 상태다.
앞서 한 보수단체와 유튜버 등은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작성자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이에 경찰은 보수단체 대표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국민의힘에 당원 게시판 서버 자료를 보존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