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지원으로 성장 가속…유리기판 상용화 초읽기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SKC가 반도체 소재 사업에 힘을 주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기반으로 입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C 유리기판 전문 계열사 앱솔릭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로부터 7500만달러(약 1062억원)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을 확보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정부로부터 1억달러 수준의 국가 첨단 패키징 제조 프로그램(NAPMP) 보조금 수혜자로도 선정된 바 있다.
이는 연구·개발 보조금으로, 유리기판 기술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유리기판은 기존 실리콘 기판에 비해 열전도율이 150배 높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다.
◇동박 부진 딛고, 반도체 소재로 '돌파구'
SKC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반도체 소재 사업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 사업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 기업들의 과잉 생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C는 올해 3분기까지 2008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 8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 사업만 보면 성장하고 있다. SKC의 3분기 반도체 소재 사업 매출은 6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0%를 넘었다. 특히 AI 서버용 테스트 소켓과 CMP 패드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앱솔릭스는 내년 글라스 기판 상용화를 목표로 고객사들과 협력하며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소재는 반도체 후공정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모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앱솔릭스 조지아 공장을 방문해 사업 현황을 점검한 바 있다. 또 글로벌 IT 기업 CEO들에게 기술력을 소개하며 세일즈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은 앱솔릭스를 비롯한 반도체 소재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후공정 기술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글라스 기판 기술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반도체에 적용 가능해 SK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KC는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과 SK넥실리스의 박막 사업을 매각하며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9월에는 SK넥실리스에 대한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금융을 전액 상환, 부채비율을 200%에서 110%로 낮췄다. 또 설비투자(캐펙스) 규모를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축소하며 효율화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차전지 소재 사업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SK넥실리스는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며 동박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박막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박막사업 양도 대금을 주력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비주력 사업 매각으로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지속해 내년 이후 본격적인 반등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C는 내년 1월 CES 2025에서 앱솔릭스의 글라스 기판을 전시하며 고객사와의 소통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