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중국·동남아 등 LCC 전략적 요충지
항공권 가격 인하·여행 수요 상승 기대감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슬롯 쟁탈전'에 돌입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니항공의 합병으로 중복 노선에서 반납한 슬롯을 취득해 경쟁력을 키우겠단 구상이다.
슬롯은 항공사가 특정 공항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이는 곧 항공사 노선 확장과 경쟁력에 직결되며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슬롯 배분 이후 몇 년간의 시장 경쟁 결과가 국내 항공업계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슬롯 경쟁 시작…항공업계 지형 변화 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 당국의 요구에 따라 중복 운항 노선의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게 된다. 독과점 체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주요 반납 노선으로는 제주를 기점으로 한 국내선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의 인기 국제선이 포함됐다. 국내선은 제주발 청주·김포·광주·부산행이다. 일본 노선은 부산발 나고야행, 서울발 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행 등이 대상이다.
특히 중국 노선 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중국 주요 국제공항의 경우 이미 슬롯이 거의 포화 상태라 신규 슬롯을 받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서울발 장자제·시안·선전행과 부산발 베이징행 등은 특히 LCC사들이 눈독들이는 노선이다.
동남아 노선의 행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프놈펜·팔라우·푸켓과 부산-세부·다낭 등은 꾸준히 증가하는 여행 수요로 인해 LCC들에게 전략적 가치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슬롯 배정은 항공사의 성장 전략과 소비자 혜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이번 재배분은 국내 항공업계 경쟁 구도를 재편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2강 쟁탈전'이 예상된다. 에어로케이 등 소형 항공사는 항공기 보유 부족으로 슬롯 배분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제주항공은 이미 동남아와 일본 노선 강자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추가 슬롯 확보로 기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일본 경쟁당국 결정에 따라 일본 주요 슬롯 배분의 주요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준비 중인 티웨이항공은 인천-이스탄불 노선 확보에 유리한 상황이다.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에서 신규 슬롯을 활용해 장거리 시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배분은 국내 항공업계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혜택을 제공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