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분석결과 ICT업계 갈수록 인건비율 높아져 부담

국내 대표 ICT 업체 카카오는 1년 새 인건비율이 7%P 이상 높아져 지난해 24.3%를 기록하며 인건비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카카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국내 대표 ICT 업체 카카오는 1년 새 인건비율이 7%P 이상 높아져 지난해 24.3%를 기록하며 인건비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제주시 첨단과학단지 카카오 본사 모습.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넥카라(넥슨·카카오·라인플러스)’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ICT업계는 고액연봉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상위 업체에 있는 ICT 기업들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인건비율)은 작년 기준 11%대 수준으로 3%대를 유지한 유통·상사 관련 업종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국내 대표 ICT 업체 카카오는 1년 새 인건비율이 7%P 이상 높아져 지난해 24.3%를 기록하며 인건비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이 1000원이라면 240원을 인건비로 사용한 셈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9~2021년 3개년 국내 주요 대기업 110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 변동 분석’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주요 11개 제조 및 서비스 관련 업종에 있는 매출 상위 톱10에 포함되는 대기업 110곳이다. 매출은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이고, 인건비는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전체 직원 보수 현황을 참고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주요 110개 대기업의 인건비율은 2019년 7.5%→2020년 7.6%→2021년 7.2% 순으로 나타났다. 2020년 대비 2021년 기준 인건비율은 0.4%P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 같은 원인은 최근 1년 새 인건비 규모가 14.1% 정도 오를 때 매출 덩치는 20.8%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2020년 대비 2021년에 인건비 규모는 60조원대에서 69조원대로 좋아졌는데 매출은 800조원대에서 977조원대로 더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적으로 인건비율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조사 대상 110개 기업 중 66곳은 2020년 대비 2021년 인건비율이 낮아졌다. 반면 44곳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1년 새 인건비율이 1%P 이상 증가한 곳은 110곳 중 12곳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국내 ICT 대표 업체 카카오가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2019년과 2020년 인건비율은 각각 14.6%, 16.4%였다.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24.3%로 20%대를 훌쩍 넘겼다. 1년 새 인건비율이 7.9%P나 높아져 이번 조사 대상 대기업 중에서는 인건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는 카카오가 2017~2020년 5년 간 20% 미만 수준의 인건비율을 유지해왔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모습이다.

카카오와 함께 ICT 업종에 있는 업체 중에는 엔씨소프트 3.1%P(20년 19.9%→21년 23%), 삼성SDS 2.7%P(26.9%→29.6%), 네이버 1.8%P(9.3%→11.1%), SK텔레콤 1.5%P(5.7%→7.2%), 현대오토에버 1.3%P(15%→16.3%) 순으로 최근 1년 새 1%P 넘게 인건비율이 오른 12곳 중 절반이나 차지했다. 그만큼 작년 한 해 ICT 업체들의 인건비로 인한 경영 고민이 깊어졌다는 의미가 강하다.

반면 제약업체 중 한 곳인 동아에스티는 2020년 대비 2021년 인건비율이 4%P나 낮아져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매출은 5865억원에서 5901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인건비 규모는 거꾸로 1054억원에서 822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율도 18% 수준에서 13.9% 수준으로 4.1%P 정도 낮아졌다. 하지만 인건비는 줄었지만 판매 및 관리비 등은 높아져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 보다 적었다.

다음으로 대한항공 3%P↓(17.1%→14.1%), LX세미콘 2.8%P↓(7.7%→4.9%) 등으로 최근 1년 새 인건비율이 많이 하락한 상위 기업군에 포함됐다.

조사 대상 110개 대기업 중 작년 한 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를 넘어선 곳은 10곳으로 파악됐다. 인건비율 상위 1~2위는 모두 중저가 항공사가 속했다.

제주항공은 작년 한 해 인건비율만 해도 41.2%에 달했다. 매출이 100원이라고 하면 이중 41원 정도가 임직원 인건비로 쓰였다는 얘기다. 전년도 37.2%와 비교하더라도 4%P나 수치가 높아졌다.

진에어도 지난해 인건비율이 37.8%로 40%에 육박했다. 특히 2019년 기준 제주항공(13.2%), 진에어(11.7%) 모두 인건비율이 1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로 인한 충격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주요 11개 업종 중 작년 기준 ICT 업체의 인건비율이 11.8%로 가장 높았다. 이는 2019년(10.2%), 2020년(10.4%) 때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어 자동차(9%), 식품(8.8%), 기계(8,7%), 전자(8.4%), 건설(5.7%) 순으로 인건비율이 5%를 넘었다.

이와 달리 유통‧상사 업종은 3.6%로 가장 낮았다.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이외 석유화학(4.7%), 운송(4.4%) 업종도 작년 인건비율이 5% 미만 수준을 보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주요 4대 기업의 최근 10년 간 인건비율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다소간 차이를 보였다. 2020년 대비 2021년 기준으로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인건비율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미세하게 증가세를 보인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018년 인건비율은 6.9% 수준이었다. 이후 2019년(7.06%)→2020년(7.92%)→2021년(7.93%) 순으로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양상을 띠었다. 최근 10년 중 2012년 인건비율은 4.6%로 최저치, 2021년에는 최고치 수준으로 기록됐다. 향후 올해 삼성전자의 인건비율이 8%대로 높아질지 아니면 7%대를 유지할 지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현대차는 지난 2016년 15.2%를 최고 정점으로 이후 인건비 비중을 줄여나가 작년에는 12% 초반대로 떨어졌다. 작년 인건비율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SK하이닉스는 매출에 따라 인건비율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최근 10년 중 지난 2019년에는 인건비율이 12.7%까지 높아졌지만, 2017년에는 6.4%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작년은 8% 수준을 유지했다.

LG전자는 2017년까지 10% 미만 수준의 인건비율을 보였는데, 2019년부터 13%대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인건비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5% 이상 차이를 보여 향후 인건비율을 지금보다 낮춰야 하는 과제가 경영진에 주어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국내 ICT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매출 외형 성장보다는 인건비 상승 속도가 더 높아 이에 대한 경영 부담감이 커졌다”며 “향후 매출 증가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할 경우 경영진은 급여 수준을 작년보다 다소 낮추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인력을 줄이는 카드를 꺼내들 공산도 커졌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