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1조8700억·우리 1조8500억 증가 ‘이자장사 파워’
CXO연구소 조사결과 상장회사 전체 시총은 69조 증발

윤종규 KB금융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올 1분기 주식시장서도 웃었다. 시가총액 덩치가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 톱5에 금융지주사 4곳이 포함된 가운데 KB금융지주는 2조2830억원, 신한지주는 2조1955억원 시총이 늘었다. Ⓒ데일리한국 DB
윤종규 KB금융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올 1분기 주식시장서도 웃었다. 시가총액 덩치가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 톱5에 금융지주사 4곳이 포함된 가운데 KB금융지주는 2조2830억원, 신한지주는 2조1955억원 시총이 늘었다. Ⓒ데일리한국 DB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역시 ‘이자 장사의 힘’은 셌다. 올 1분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70조원 가까이 감소하는 등 죽을 쑤는 상황에서도 시총 덩치가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 톱5에 금융지주사 4곳이 포함됐다.

KB금융지주 2조2830억원(22조9942억원→25조2772억원), 신한지주 2조1955억원(19조2433억원→21조4389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8765억원(12조7153억원→14조5918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8565억원(9조3192억원→11조1757억원) 등으로 시총 규모가 1조원 넘게 불어났다.

금융지주들이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리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금리 상승이 은행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고 탄탄하게 다져놓은 비은행 계열사들도 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B금융 윤종규 회장,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실적뿐만 아니라 시총에서도 실력을 뽐내며 모두 웃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1분기 국내 주식시장 시총 변동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주식종목은 우선주를 제외한 2470곳이고, 올 1월 초(3일)와 3월 말(31일) 시총과 주가 변동 현황 등을 비교해 살펴봤다.

이번 조사 대상 주식종목 2470곳의 올해 초 전체 시총은 2580조2536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에는 2511조3712억원으로 최근 3개월 새 68조8824억원(2.7%↓)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LG에너지솔루션 등 1월 초 신규 상장된 회사들의 시총 금액을 제외할 경우 3월 말 기준 전체 시총 규모는 2405조원 수준으로, 올 1분기에만 174조원(6.8%↓) 넘게 사라졌다.

1분기에 시총이 상승한 종목은 1042곳(42.2%), 하락한 곳은 1327곳(53.7%)이다. 101곳(4.1%)은 시총 변동이 없거나 1월초 이후 신규 상장된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주가 하락 등으로 시총이 떨어져 울상인 곳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주식종목 역시 줄었다. 1월 초 288곳에서 3월 말에는 273곳으로 3개월 새 15곳이 감소했다.

◇ 삼성전자 469조2249억원→415조4968억원...시총 53조7200억원 증발

시가총액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시총 덩치가 1조원 이상 커진 곳도 12곳으로 파악됐다. 이들 12곳 중에서도 상위 톱5에는 금융지주사가 4곳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KB금융지주 2조2830억원, 신한지주 2조1955억원, 하나금융지주 1조8765억원, 우리금융지주 1조8565억원 등으로 시총 규모가 1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밖에 현대중공업도 8조6643억원에서 10조6084억원으로 3개월 새 1조9441억원 정도로 시총 규모가 높아져 톱5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지주들이 이처럼 1조원 넘게 시총 덩치를 키운 것은 아직 1분기 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리 주가에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록 가계대출은 줄었지만 금리 상승이 은행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고 탄탄하게 다져놓은 비은행 계열사들도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말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의 당기순이익 합산 예상치는 4조18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3조9680억원)와 비교했을 때 5.47%(2170억원) 증가한 규모다.

반면 삼성전자는 연초 469조2249억원이던 것이 3월 말에는 415조4968억원으로 올 1분기에만 53조7280억원(11.5%↓)의 시총이 날아갔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도 최근 3개월 새 시총이 1조원 넘게 내려앉은 곳은 35곳 더 있었다. 크래프톤(9조54억원↓), SK하이닉스(7조6440억원↓), 현대차(6조4100억원↓), LG화학(6조709억원↓), 네이버(5조8237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5조5578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5조5305억원↓) 등은 5조원 넘게 시총이 쪼그라들었다.

◇ 신한지주 20위→15위·KB금융지주 15위→12위로 시총순위 상승

시총 톱100에 새로 이름을 올린 곳은 4곳이다. 이중 LG엔솔은 상장과 동시에 시총 2위 자리를 꿰찼다. GS건설은 102위(3조4275억원)에서 90위(3조9709억원)로 12계단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항공우주는 108위(3조2069억원)에서 88위(4조1231억원)로 20계단, 팬오션은 118위(2조9775억원)에서 96위(3조7366억원)로 22계단 전진했다.

이와 달리 위메이드는 64위(6조1279억원)에서 101위(3조4748억원)로 37계단이나 뒤로 밀려나며 시총 100대 기업권에서 밀려났다. 이외 현대오토에버(93위→106위), HLB(91위→107위), 한미사이언스(94위→112위) 3곳도 최근 3개월 새 시총 100위에서 제외됐다.

올 1분기에는 시총 상위 톱20 판세도 요동쳤다. 20곳 중 삼성전자(1위)과 삼성SDI(7위) 단 2곳만 순위를 그대로 지켰고, 나머지는 모두 순위가 변동됐다. 20곳 중 4곳은 시총 순위가 앞 순위로 배치됐다. 신한지주는 시총 순위 20위였는데 15위로 5계단 약진했다. 삼성물산은 19위에서 16위로, KB금융지주는 15위에서 12위로 각각 3계단씩 상승했다. 포스코에서 사명을 변경한 포스코홀딩스는 12위에서 11위로 순위가 앞당겨졌다.

3계단 넘게 순위가 후퇴한 곳도 4곳 나왔다. 카카오페이는 14위에서 20위로 뒤처졌다. 현대모비스도 13위에서 17위로 4계단 후진했다. 카카오뱅크는 10위에서 13위로 밀려나며 시총 톱10 타이틀도 반납했다. 셀트리온 11위였는데 14위로 뒷걸음질 쳤다.

◇ 메리츠화재 37.5%·현대해상 37.1% 시총 증가

시총 1조 클럽에 가입한 곳 중 주가 상승으로 시총 증가율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일동제약이다. 이 종목의 1분기 시총 증가율은 110%에 달했다. 연초만 해도 8378억원 규모이던 시총은 3월 말에 들어 1조7597억원으로 시총 1조 클럽에 안착했다. 일동제약은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 효과로 주가가 상승했다.

NHN(62.6%)과 케어젠(53%)도 시총 규모가 3개월 새 50% 이상 성장하며 시총 1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NHN은 올 초 8501억원이던 것이 3월 말에는 1조3825억원으로 증가했고, 케어젠 역시 7047억원에서 1조785억원으로 시총 덩치가 1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30~50% 사이로 시총이 높아진 곳도 6곳으로 조사됐다. 대한전선 49.3%(1조5416억 원→2조3022억원), 롯데칠성 38.9%(1조2155억원→1조6887억원), 메리츠화재 37.5%(4조1615억원→5조7236억원), 현대해상 37.1%(2조964억원→2조8742억원), 하림지주 36.1%(8643억원→1조1760억원), LX인터내셔널 30.5%(1조232억원→1조3352억원) 등이 포함됐다. 이와 달리 위메이드(43.3%↓), 크래프톤(40%↓), 더존비즈온(36.7%↓), SK바이오사이언스(31.5%↓), 에스티팜(30.1%) 등은 30% 이상 시가총액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 1분기 주식시장은 해운(Shipping)과 금융(Finance)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S·F’ 종목은 주가 상승 등으로 시총 규모도 커진 곳이 많아졌다”면서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 중요 포지션을 차지하는 정보통신(IT), 화학(Chemical), 전자(Electronics) 등 ‘I·C·E’ 주식종목은 올 1분기에 다소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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