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카카오와 경쟁 앞두고 잰걸음...흑자 전환 과제 ‘여전’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올해로 출범 3년 차가 되는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의 정영호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정 대표는 캐롯 출범과 동시에 퍼마일자동차보험을 앞세워 매출과 서비스, 신사업까지 안정적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특히 디지털 손보사답게 로봇 및 IoT전문 기업 ‘럭키박스솔루션’을 설립하는가 하면,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 등 인슈어테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온 캐롯은 올해 하반기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됐다. 우선 지난해 말 적자가 심화돼 흑자전환이 시급하다. 여기에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을 앞세운 카카오손해보험(가칭)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달 16일 캐롯손보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영호 대표의 연임 안건을 의결했다. 한화 출신의 정 대표는 출범부터 캐롯을 진두지휘해 왔다. 정 대표의 연임은 퍼마일자동차보험이 이끌어냈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출시 1년만인 지난해 1월 누적 가입자 10만건을 넘어선데 이어 5월 20만건, 9월 30만건, 12월 40만건, 올해 3월 50만건, 이번달 60만건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있다.
캐롯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 측정 장치인 캐롯플러그를 통해 탄 만큼만 후불로 결제하는 신개념 자동차보험이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의 고객 만족도도 높다. 지난달 기준 퍼마일자동차보험 만기 고객의 재계약 비율은 86%로 타사 대비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에 출범한 캐롯은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성장세에 힘입어 외연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캐롯의 지난해 신계약 건수는 75만9594건으로 전년 20만8298건 대비 264.7% 증가했다. 신계약 건수 증가로 신계약 가입금액 역시 1년 사이 급증했다. 캐롯의 지난해 신계약 가입금액은 28조431억원으로 전년 6조3524억원 대비 341.5% 늘었다.
신계약 증가는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졌다. 캐롯의 지난해 손해율은 103.4%로 전년 134.3% 대비 30.9%포인트 개선됐다.
또 영업수익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캐롯의 영업수익은 2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95%나 증가했다. 이 같은 영업수익 급증은 보험료수익이 이끌었다. 지난해 캐롯의 보험료수익은 168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2.2%나 불어났다.
올해로 출범 3년 차인 캐롯의 문제는 흑자전환이다. 캐롯은 2020년 381억원 순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650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년 사이 신계약, 보험료 확대에도 적자 규모는 더 커진 것이다.
캐롯의 적자는 영업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특히, 지급보험료가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비용은 3006억원이고 전년 대비 286.4% 늘어났고, 같은 기간 지급보험료는 1073억으로 700.8%나 증가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적자확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강화와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캐롯은 전국민 안전운전 리워드서비스 ‘캐롯멤버스 오토’를 출시했다. ‘캐롯멤버스 오토’는 기존의 안전운전 포인트 서비스를 한 층 업그레이드한 서비스로 캐롯 앱을 통한 안전운전 지수 확인 및 포인트의 적립과 사용 기능을 비롯해 모빌리티 라이프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전국민 안전운전 플랫폼’이다.
또 캐롯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제이피워런티와 함께 중고차에 대한 정확한 성능 점검을 기반으로 하는 ‘점프 워런티 중고차 보증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중고차 성능 점검 관련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와 제이피워런티와의 MOU를 통해 중고차의 보증기간연장형(EW) 보험을 제공하고 서비스 과정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캐롯은 인슈어테크(Insurtech, 기술기반보험) 리딩 보험사 자리를 선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캐롯은 로봇 및 IoT전문 기업인 럭스로보와 합작하여 ‘럭키박스솔루션’을 설립했다. 캐롯은 ‘럭키박스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대란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캐롯플러그를 비롯한 IoT기기의 설계 및 제조 루트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 상품별 커스터마이징된 IoT기기 개발을 통해 양질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AI기술력을 적용하여 고객들에게 새로운 보험서비스를 한 발 앞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캐롯은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경기도 성남시가 추진하는 ‘2022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의 보험 연계 분야 참여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이를 통해 ‘드론 현장출동 시스템’과 같은 미래의 시스템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연구하게 됐다.
‘드론 현장출동 서비스’는 사고 초기 기동성이 높은 드론이 발 빠르게 현장에 출동해 사고현장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고처리를 돕는 서비스다. 캐롯의 주행 정보 측정 플랫폼과 SK텔레콤의 드론 관제 플랫폼을 연계해 기존과 차별화된 높은 수준의 보상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캐롯은 한화손보, 롯데손보와 함께 보상서비스 혁신을 위해 ‘히어로 손해사정’을 설립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서비스 효율화를 구현함은 물론 3사의 보상 역량을 한데 모아 보상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서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캐롯에게 하반기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3745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보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카카오손해보험이 출범하면 캐롯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카카오손보는 출범과 동시에 자동차보험 판매에 나설 전망이다. 또 동호회·휴대폰파손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근 캐롯은 카카오페이의 경쟁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제휴하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채널의 판매자를 대상으로 ‘반품안심케어’를 선보였다. ‘반품안심케어’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의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반품 및 교환으로 인한 배송비용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로, 판매자는 무료 반품을 마케팅으로 활용하여 매출증대와 리스크 절감을 기대할 수 있고, 소비자는 무료 반품 및 교환 서비스 혜택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캐롯이 네이버파이낸셜과 제휴하고 관련 상품을 내놓은 것은 하반기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될 카카오손보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캐롯은 올해 소상공인들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고자 업종별 의무가입보험 및 추가 선택 가능한 보험 옵션을 맞춤 제공하는 ‘캐롯 내가게 보험’을 출시하는가 하면,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에 대비할 수 있는 ‘캐롯 층간소음 이사보험’ 선봬며 상품라인업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인슈어테크를 기반으로 디지털 손보사로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에는 보험업에 진출하는 대형 플랫폼 카카오손보와 경쟁과 흑자전환이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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